대우증권 계좌도용(盜用)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6일 해당 주식의 매도.매수과정에서 대우증권 내부관계자의 공모단서를 포착, 유력한 용의자 1명을 쫓고 있다. 경찰은 "도용계좌가 개설되고 매도.매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 관계자의 결탁가능성을 수사한 결과 대우증권 영업부 직원 A씨가 사고 당일 행적이 수상하고, 사고 직후 해외로 출국, 그를 용의자로 보고 소재를 추적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23일 오전 10시5분께 현대투신명의로 델타정보통신 주식 500만주를 100만주씩 5회에 걸쳐 잇따라 대량매수주문을 낸뒤 2시간이 채 안된 낮 12시10분께 비행기편으로 가족들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조사결과 A씨는 지난 7, 8월 두달동안 문제의 델타정보통신을 63회에 걸쳐 매도.매수를 하며 지속적으로 거래를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특히 도용 계좌가 개설돼 거래가 이뤄진 장소인 서울 서대문 창천동 PC방인근에서 사고 발생 시간(오전 9시5분∼오전 10시5분) 무렵인 당일 오전 9시20분부터 30여분동안 정체불명의 2명과 휴대폰으로 6회에 걸쳐 통화한 행적도 드러났다. 경찰은 "현대투신운용계좌.비밀번호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A씨가 PC방에서주식 매수주문을 내면서 현장에서 미리 작전을 세운 공범자들과 수시로 통화하면서매도.매수가 이뤄지도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도용계좌를 통해 팔린 500만주중에 대주주 지분이 있다는 점에서 델타정보통신 대주주 5명을 조사한 결과 실제 전주(錢主) 10여명이 따로 있는 사실을 밝혀내고, 주식매수주문을 낸 A씨와 전주의 연계성을 캐고 있다. 경찰은 또 사건 당일 주식 5만주 이상을 거래하거나 1만주 이상을 2회 이상 거래한 대량 매도 계좌 40개를 수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작전세력이 동원된 실패한 대규모 주가조작사건"이라며 "공모자들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고 비교적물량이 적은 델타정보통신을 선택, 지난 5월부터 작전에 들어간 것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