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대우증권에서 발생한 2백50억원대에 달하는 델타정보통신 주식 사기매수사고는 지난 2000년 4월의 성도이엔지 주식공매도 사고와 여러 모로 닮은 꼴이면서 대조를 이루는 대목도 적지 않다. 우선 사이버상에서 벌어진 사고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론 이번 사고는 신원미상의 투자자가 현대투신운용의 주식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도용해 온라인상에서 주식을 사기매수한데 반해 2000년 4월 사고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각하는 이른바 공매도거래를 했다가 결제를 해야 할 주식을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발생했다는 점이 다르다. 둘째, 두 사고에는 모두 기관투자가가 연관돼 있다. 2000년 4월 사고시엔 당사자인 우풍상호신용금고가 막대한 손실을 메우지 못하고 퇴출당했다. 이번 사고는 현대투신운용의 주식계좌 정보가 유출되면서 일어났다는 게 차이점이다. 셋째, 매매대상 주식이 모두 코스닥기업이란 점에서 같다. 코스닥시장은 가뜩이나?작전의 천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심심찮게 터지는 주가조작사건으로 투자자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처지다. 이번 델타정보통신 불법매매도 정상적으로 관리되는 시장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뭔가 알듯 모를듯한 이상매매가 늘 일어나고, 머니게임의 각축장으로 변질돼 있는 시장환경이 이같은 일을 발생시킨 또 다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두 사고 모두 대우증권 창구에서 생겼다. 이번 케이스엔 사고용의자가 의도적으로 대우증권 사이버트레이딩시스템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원확인 과정이 없고 기관거래는 무조건 받아주는 대우증권의 허술한 보안체계가 두 사건을 불러왔다고 볼 수도 있다. 사고 당사자 중 하나인 대우증권이 이들 사고를 처리하는 절차도 현재까진 유사하다.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경영진도 없거니와 신속한 사고수습을 위한 회사내 태스크포스도 구성되지 않고 있다. 같은 증권사창구에서 일어난 이들 대형 사고는 국내증시의 취약한 인프라를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당국은 물론 증권업계 전체가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제3,제4의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