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이후 내달려온 국내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24포인트 하락,740.51을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은 현물주식을 4백억원어치 가까이 사들인 동시에 3천계약이 넘는 선물을 팔았다. 전문가들은 '예상된 조정'이라며 향후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숨고르기 결과에 따라 최근 10일간 상승이 단순한 기술적 반등인지 추가상승을 위한 신호탄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매매 전략에 좌우될 것일 만큼 외국인의 선물매매와 매수차익거래 잔고추이를 살펴가면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완만한 상승에 무게=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완만한 상승을 이끌며 시장에 큰 충격없이 선물을 내다 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정현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주 한 번에 1만계약 이상 사들인 것은 오는 9월12일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둔 외국인의 매매전략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황 선임연구원은 "만기일까지 미국증시의 안정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국내시장에서 선물매매를 통해 시장을 서서히 끌어올려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국인이 나흘 만에 3천1백26계약을 순매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최수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지수 760선과 선물 96선은 모멘텀없이 곧바로 뚫어내기엔 역부족"이라며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도 조정시점에 차익실현한 자금으로 주식을 되사는 전략을 통해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세선인 5일선이나 20일선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을 유도한 뒤 재상승을 이끌어 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늘어나는 매수차익거래잔고=주가 하락 폭이 예상보다 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매수차익거래 잔고. 이날 약세장임에도 불구,장중 내내 선물가격은 KOSPI 지수보다 높아 1천3백억원이 넘는 프로그램매수세가 유입됐다. 이에 따라 매수차익거래잔고는 8천억원을 뛰어넘었다. 지난 8일 이후 2천9백원대에 머물던 잔고가 5천억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예상했던 저기압(외국인 선물매도)이 발생했다"며 "태풍(외국인 선물손절매로 인한 지수급락)이 확대될지 아니면 그냥 사그러들지는 다음 주가 고비"라고 전망했다. 심 연구위원은 "지수급락은 외국인에게도 이로울 게 없지만 미국증시 급락 등 외부 악재가 발생할 경우 손절매에 따른 헤지(신규 선물매도)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일단 조정장세가 나온 만큼 시장의 방향이 나올 때까지 관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최수안 연구원은 "9월은 반도체D램의 수요가 늘어나 반도체가격이 상승할 것을 노린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짧은 조정에서 나오면 주식을 저가매수로 대응하는 건 괜찮아 보이지만 선물이나 옵션매매는 자제하는 게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심상범 연구위원도 "외국인의 선물이익실현 여부는 다음주 초에 결정될 것"이라며 "이후에 시장 대응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