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장세는 유동성 랠리" 주가가 견조한 강세를 이어가면서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증권가에 퍼지고 있다.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는 다소 무관하게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오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기 코스모투자자문 상무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참여,단기 부동자금 증대,주가의 낙폭과대,증권주 초강세 등 시장 곳곳에서 유동성 장세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랠리의 특징은 그 시작과 끝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선 섣부른 매도나 추격 매수를 자제하는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주식 보유자는 분할매도하고 현금 보유자는 분할매수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증시로 돈이 풀린다=증시 유동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우선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는 조짐이 역력하다. 21일 장막판 매도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외국인은 최근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올들어 5조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팔았던 종전의 자세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대표는 "올들어 한국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금액은 대만시장의 2배에 이르며 외국인의 한국 주식비중은 최근 2년새 가장 낮은 수준에 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일단락되는 조짐으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특히 KT의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49%)에 따른 자금 유입도 기대된다. KT 한 종목만으로 1조원의 외국인 투자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국내기업의 잇단 자사주 매입도 수급을 개선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지난 6일 이후 이날까지 5천4백37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그만큼 증시에 돈을 푼 셈이다. 반면 유상증자나 기업공개,정부 지분매각 등 주식공급 물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중자금의 흐름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가 침체양상을 이어가면서 부동산과 채권시장으로 몰렸던 자금이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책,저금리기조 등으로 단기부동화되고 있다. 투신사의 초단기 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 잔고는 올들어 10조원 늘어난 46조원에 달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코스모투자자문 김 상무는 "부동자금이 부동산과 채권시장을 거쳐 주식시장으로 서서히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동성 랠리의 징후들=이춘수 대한투신 주식운용팀장은 "미국이나 한국 경제에서도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어줄 수 있는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주가상승은 단기적인 수급호전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동성 확대에 따른 수급개선이 지난 4개월간 조정 및 주가 낙폭과대 등과 맞물리면서 증시가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유동성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상승탄력이 높아지는 증권·건설주의 급등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종합주가지수는 바닥권에서 12% 올랐지만 낙폭이 상대적으로 깊었던 증권주와 건설주의 주가는 21%와 16% 상승했다. 이춘수 팀장은 "경기가 확실하게 돌아서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는 단기적인 수급여건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낙관론자들은 이번 유동성 랠리가 오는 9∼10월께 기업의 실적개선 소식과 맞물릴 경우 자연스레 실적장세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