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에 육박하면서 우리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로 유가급등이라는 '악재'가 가려져 있지만 '고유가'는 석유화학, 정유, 운송업종에 1차적인 피해를 줌과 동시에 수출 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급등, 숨겨진 악재 국제유가는 최근 유종에 따라서 올들어 가장 높은 가격으로 치솟았다. 북해산 브랜트유와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는 19일 기준으로 연중 최고가격을 기록하면서 각각 28달러와 30달러에 근접했고 중동산 두바이유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WTI 선물가격은 올들어 50% 급등해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로 등장했다. 유가상승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9월 총회에서 증산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과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증시가 안정의 실마리를 찾아가면서 국내 증시도 반등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유가급등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변수인만큼 치명적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증시인데다 주식시장 반등기조에 묻혀 유가상승이라는 악재가 돌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유가는 미국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주식시장이 유가급등에 강타당해 내림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정유.운송업체에 직접 타격 유가가 급등하면 우선 증시에는 이로울 게 전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은 우선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석유화학, 정유, 운송업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수출주' 전반에 원가부담을 늘리는 악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SK, S-Oil 등 정유업체는 유가가 완만히 상승하면 제품가격에 이를 반영할 수 있지만 30달러를 넘어서면 부담이 커진다. 대우증권 박영훈 연구원은 "정유업체가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데 30∼40일 걸린다"며 "유가가 완만히 상승할 경우 원재료를 싸게 사서 비싸게 제품을 파는 효과가 있지만 유가 급등시에는 가격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원가부담이 고스란히 정유회사의 몫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LG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석유화학업체도 마찬가지다.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인 나프타가 원유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유가급등시 정유업체와 똑같은 구조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교보증권 조삼용 연구원은 "나프타가격이 지난주 10-20% 상승했다"며 "유가가 30달러 수준을 넘으면 석유화학업체들에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항공 등 매출액의 8-9%를 연료비로 소비하는 해상.육상 운송업체들도 피해를 볼 수 있고 재료비의 25%가 석유관련 제품으로 구성된 한국전력도 원가부담이 커지게 된다. 현대차,기아차 등 자동차 업종은 연료비 상승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해주가 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