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사들의 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 개선됐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 한국증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상장.등록사들은 분기실적을 누적적으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도 분기별 실적을 집계해 발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감독당국은 누적적 실적외에 3개월단위의 분기실적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현행 규정상 상장.등록사들이 3개월단위 분기실적을 공표해야할 의무가 없으며 공시, 금감원 보고 등을 통해 누적 실적만 발표하면 된다. 이에 따라 12월결산 법인의 경우 2.4분기 실적자료 없이 1∼6월 전체 실적을 금감원에 보고하면 된다. 9월말에는 1∼9월 전체 실적치를 금감원에 알린다. 따라서 3.4분기의 실적이 이전보다 좋아졌는지 알고싶은 투자자는 먼저 1∼9월 실적발표치에서 상반기 실적발표치를 빼 3.4분기의 실적을 파악하고, 상반기 실적에서 1.4분기 발표치를 빼서 2.4분기 실적을 파악한 다음 분기별 흐름을 비교해야 한다. 특히 상장사 전체 또는 등록사 종합실적이 이전 분기보다 개선됐는지 여부는 더욱 파악하기 힘들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정기적으로 누적실적에 대해 발표하고 있으나 분기별 실적은 공식적으로는 내놓지 않는다. 실제로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지난 16일 상장.등록사의 상반기 실적이 사상 최대치라고 발표했으나 2.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1.4분기 발표치를 상반기에서 빼는 단순한 방식으로 추산하면 상장사의 2.4분기 순익은 1분기보다 30%, 등록법인은 50% 각각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개인투자자는 "실적개선이 뚜렷한 기업들은 별도의 보도자료 등을 통해 2.4분기 실적을 공표하고 있으나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은 상반기 전체에 대한 공시에 그쳐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이 분기별 실적흐름을 발표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서 "2.4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 급격히 나빠졌는데도 상반기 실적이 사상최대치라고 단순 발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상장.등록사들이 3개월 단위 분기실적도 보고토록 의무화하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회계연구원이 이미 관련 기준서를 만들었다"면서 "이를 반영해 분.반기 보고서 서식을 올해안에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함으로써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적흐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