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사흘째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은 물량 부담을 감안, 엔화 약세 반영정도가 크지 않아 1,198원 이상의 상승이 제한된 채 강보합권에서 마쳤다. 뉴욕 증시 상승 등을 업은 미국 달러화 강세로 달러/엔 환율은 장중 119엔을 축으로 시소를 탔다. 역외세력은 매수에 나섰다가 매도로 돌아서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업체들은 1,198원 근방에서부터 네고를 출회했고 외국인 주식순매수자금도 1억달러 이상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1,200원대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컸다. 달러/엔의 밤새 동향이 관건인 가운데 월말 네고장세 돌입을 앞두고 시장은 조심스런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방향은 달러/엔이 정하되 시장 수급을 감안한 신중한 거래가 요구되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80원 오른 1,195.3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198.30원, 저점은 1,194.00원을 기록, 하루 환율변동폭은 4.30원을 가리켰다. ◆ 달러/엔 vs 수급 = 시장은 아직 방향 감각을 찾지 못한 상태다. 달러/엔의 상승 기대가 퍼져있으나 장중 물량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달러/엔만 보고 좇아가긴 어려운 장세기 때문에 달러/엔 급등만 없다면 1,200원대 진입은 일단 조심스럽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원화 약세가 엔화 약세에 미치지 못했고 장중 레벨을 보고 달러/엔의 반영 정도에도 차이가 났다"며 "달러/엔과 수급이 부닥치는 양상이며 달러/엔이 올라가도 시장에 달러가 남으면 달러/원이 전적으로 이를 따를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이어지는 것도 압박요인이 되고 있으며 원-엔은 차츰 10대1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며 "단기에 1,200원을 돌파하는 데는 힘이 더 필요할 것 같고 내일은 1,190∼1,200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그동안 포지션이 부족하다고 여겨 달러를 쌓아놓다가 외국인 주식자금과 네고가 나오니까 이를 덜어냈다"며 "엔/원 크로스 거래 가능성도 있어 보이며 기준점 1,000원을 놓고 계속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간밤 미국 무역수지 발표 여부를 지켜보면서 118.75엔을 지지하면 위로 방향을 틀 것"이라며 "시장이 다소 무겁긴 해도 아래로 많이 보긴 어렵고 내일은 1,192∼1,198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 미국 달러 강세 지속 = 미국 달러화가 뉴욕 증시의 급등을 배경으로 강세를 지속했다. 경제지표의 부진 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증시가 예상외로 강하게 상승,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레 달러를 지지하고 있는 셈. 달러/엔 환율은 밤새 뉴욕장에서 일본 신용등급 하향 경고와 증시 급등으로 118엔대에 안착한 뒤 이날 일본 재무성의 구두개입 등으로 오름폭을 확대, 지난 13일이후 처음으로 119엔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달러/엔은 오후장에서 한때 119.26엔까지 상승한 뒤 차익실현매물로 소폭 반락, 119엔을 놓고 공방을 벌였으며 오후 4시 52분 현재 118.82엔을 기록중이다. 그동안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118.80엔이 지지선으로 바뀐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밤새 미국에서 발표 예정인 6월 무역수지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엔/원 환율은 엔화 약세보다 원화가 더디게 움직여 100엔당 1,010원 밑으로 내려섰으며 같은 시각 1,004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968억원, 41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사흘째 주식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축적된 순매수자금이 공급요인으로 작용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00원 높은 1,195.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195.00원으로 내려선 뒤 역외매수로 9시 44분경 1,197.50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고점매도에 되밀려 주로 1,196원선을 맴돌던 환율은 달러/엔의 상승을 따라 11시 5분경 1,198.0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환율은 업체 네고로 추가 상승이 저지되고 1,197원을 조정되며 1,197.0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1.00원 높은 1,198.0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이내 고점인 1,198.30원까지 상승한 뒤 업체 네고로 반락, 한동안 1,197원선에서 흡착됐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을 따라 1,195∼1,197원을 오가다가 장 막판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 정리에 따라 4시 16분경 저점인 1,194.00원까지 떨어진 뒤 보합권에서 등락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2억5,4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6,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4,100만달러, 2억1,560만달러가 거래됐다. 21일 기준환율은 1,196.6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