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 우선협상자로 낙점됨에 따라 은행권에 2차 빅뱅의 신호탄이 올랐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을 인수하면 국민은행 및 우리금융과 함께 은행권의 '빅3'로 부상하게 된다. 더욱이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서울은행과의 합병 이후 추가로 제일은행 인수에 나설 뜻을 공공연히 내비추고 있어 다른 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제일은행의 법인세 감면 효과가 줄어들면 대주주인 뉴브리지가 독자생존보다 매각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낫다고 판단, 두 은행간 합병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하나은행의 이같은 행보로 가장 다급해진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서울은행 인수에 대해 "대형화를 위한 매력이 없고 인원감축 등 합병과정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해 왔다. 하지만 막상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자로 낙점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한미은행과의 합병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은행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최근 한국경제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현재 자은행을 가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혀 은행 추가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제일은행간의 합병추진설도 돌고 있다. 이 밖에 정부가 대주주인 조흥과 외환은행도 금융빅뱅 회오리의 영향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홍석주 조흥은행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가격 등 조건이 맞으면 언제든지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환은행도 우선 자회사들을 묶는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되 상황에 따라서 합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은행이 대형화를 통해 수익규모를 늘리고 영업 드라이브를 걸면 상대적으로 작은 은행은 버티기 힘들다"며 "이번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는 또 다시 은행권의 대형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