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수익에서 차지하는 해외 비중이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소비부진,산업공동화 등으로 내수 영업이 신통치 않아진 반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대한 의존도는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상장기업중 내수,해외를 구분해 수익을 공개한 4백9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2년 3월 결산에서 영업 이익은 일본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모든 지역에서 전년보다 감소했다. 특히 일본 국내에서는 디플레 장기화로 영업이익이 40%나 줄었으며 매출도 6% 오그라들었다. 해외 영업이익도 감소,미주지역은 15%,아시아지역은 19%씩 뒷걸음질 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미주를 비롯한 해외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의 감소 폭은 일본 국내의 절반수준에 불과,상대적으로 기업 수익의 해외의존도가 크게 높아졌음을 뒷받침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지역별 비중은 미주가 15.2%로 3.7% 상승했으며 아시아는 1.7% 상승한 8.3%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본 해외 수익 규모는 혼다,도요타,닛산 등 빅3 자동차메이커가 3위까지를 휩쓸었다. 동시다발 테러 영향에도 불구하고 최대 시장인 미주 지역의 영업이 호조를 보인 한편 지난해 말과 금년 초의 엔저 효과에 힘입어 수익성이 눈부시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1위에 오른 혼다는 해외에서 4천78억엔을 벌어들여 의존도가 63%나 됐다. 2천1백91억엔을 번 닛산은 44%를 기록했다. 작년 한햇동안 일본 전체기업 중 경상이익 1위를 차지한 도요타자동차는 2천7백30억엔을 해외에서 벌었지만 의존도는 24%에 그쳐 혼다,닛산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내수에 강한 도요타,해외 사업에 뛰어난 혼다'로 알려진 두 회사의 이미지가 실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소니는 1천3백12억엔을 해외 사업에서 벌어 4위에 올랐다. 분석가들은 미국경제 악화 등으로 해외 시장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일본 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낮아 해외 수요가 전체 기업 수익을 좌우하는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