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이틀만에 하락했다. 전날의 상승세를 연장하며 1,210원대 등정을 꾀했던 환율은 물량 부담을 안고 차츰 반락,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시장 분위기를 방증했다. 달러/엔 환율은 121엔대에 진입했다가 다시 120엔대로 밀려 달러/원 반락에 일조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망세가 짙었던 가운데 싱가포르 시장이 쉬어 역외세력의 참여도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동성 부족 현상은 계속 됐으며 시장 수급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일부 국책은행에서 1,210원대에서 계속 매도에 나서 이 선을 뚫기가 만만치 않음을 확인했다. 다음주 달러/엔의 동향과 발걸음을 맞추는 가운데 위아래로 막힌 흐름을 연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래로는 1,190원, 위로는 1,210원을 뚫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90원 낮은 1,203.9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11.00원, 저점은 1,202.60원을 기록했다. 하루 환율변동폭은 8.40원으로 8월 들어 장중 10원 이상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가장 등락폭이 적은 날이었다. ◆ 다음주, 달러/엔 주목 = 휴가철을 맞아 시장 수급은 별다른 것이 없다. 외국인의 주식매매동향도 최근 매도와 매수를 오가고 있어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달러/엔이 시장 조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뉴욕 증시의 흐름과 금리인하 여부에 따라 달러/엔은 방향성을 드러낼 것이나 122엔 이상의 상승을 전망하는 견해가 우세, 달러/원도 1,200원을 전반적으로 지지하면서 재차 1,210원대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오늘 장중 수급은 특별한 것이 없었으나 조금씩 물량이 쌓인 것 같다"며 "역외도 싱가폴 휴장으로 조용해 오늘 장세는 조정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이 바닥에 가면 매수세가 계속 있어서 단기적으로 122∼124엔까지 오를 여지가 있다"며 "다음주 달러/원도 일정부분 달러/엔을 따라 위로 더 열려있는 흐름 속에 1,190∼1,220원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어제 일교차가 컸던 휴유증으로 거래가 조심스러웠다"며 "달러/엔이 상승 추세로 간다는 심리로 매수에 나섰다가 달러/엔이 밀리고 국책은행에서 1,210원대에서 매도하자 보유물량을 덜어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단 1,210원이 나흘째 막혀 거래된 터라 고점 인식이 강해졌다"며 "다음주 달러/엔에 연동하되 달러/엔이 많이 밀릴 이유가 없어 달러/원은 1,190원 밑은 어렵고 위로는 1,210원이 주거래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달러/엔 상승 뒤 반락 = 미국 달러화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뉴욕 증시의 랠리를 타고 강세를 보였으나 이날 장중 약간 꺾였다. 달러/엔은 121엔대 본격 진입을 노렸으나 최근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매물이 나오면서 120엔대로 내려섰다. 앞선 뉴욕장에서 120.97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이날 오름폭을 확대, 도쿄에서 장중 6주중 최고치인 121.35엔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차익실현을 위한 달러매도세로 달러/엔은 재반락, 런던장에서 한국시각 오후 4시 54분 현재 120.80엔을 기록중이다.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날 다소 옅어지면서 선물에 반영되고 달러 강세도 조정을 받는 움직임을 보였다. 엔/원 환율은 일시적으로 100엔당 1,000원대를 회복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이를 밑돌아 같은 시각 996원선을 가리키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61억원, 76억원의 매수우위로 이틀만에 순매수를 기록했다.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최근 순매도공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환율 상승을 제한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20원 높은 1,208.00원에 출발한 환율은 곧 1,210.00원에 올라선 뒤 매도세에 막혀 9시 40분경 1,207.30원까지 밀렸다. 그러나 달러/엔의 상승 재개로 환율은 10시 2분경 고점인 1,211.00원까지 올라선 뒤 매물과 달러/엔의 되밀림으로 10시 32분경 1,206.00원까지 내려섰다. 이후 환율은 주로 1,207∼1,208원을 횡보하다가 1,209.00원에 마감했다. 오전 마감가보다 0.50원 낮은 1,208.5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한동안 1,207∼1,208원을 들락날락하며 관망세를 보였다. 그러나 엔화 강세로 환율은 2시 32분경 하락 반전한 뒤 은행권의 보유물량 처분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4시 17분경 1,202.6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후 환율은 저가매수로 1,203원선으로 소폭 반등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0억7,3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1,9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1억4,300만달러, 1억1,820만달러가 거래됐다. 12일 기준환율은 1,207.1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