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옛 한국통신)가 미국의 전자상거래 결제서비스 벤처기업에 투자했던 1천만달러(약 1백11억원)를 모두 날릴 위기에 처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2000년 3월 미국의 인터넷 결제솔루션 개발회사인 e차지(eCharge)에 총 1천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3.14%를 확보했으나, 최근 이 회사가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져 투자 원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KT는 당시 e차지 투자를 추진했던 관계자들에 대해 자체 징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또한 2001년 결산서에 e차지에 대한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하고 e차지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법적소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KT의 손실금 회수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자 원금을 회수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인터넷 구매대금을 전화요금고지서로 청구하는 기술을 개발한 e차지(창업주:론 에릭슨)는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매출이 극히 부진,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지난해 완전 자본 잠식상태에 빠졌다. e차지는 자구책으로 또다른 미국의 벤처기업에 기존회사를 헐값으로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미국의 e차지에 투자할 땐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등 기존의 전자상거래 결제방식 보다 전화요금고지서 방식의 결제가 비용이 적게 들 뿐더러 보안성이 뛰어나다 인식과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KT가 당시 벤처투자붐에 편승해 명확한 시장전망 분석이나 실사 없이 무분별하게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함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e차지에 투자할 당시 이 회사가 2000년 6월중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며 e차지의 세계 주요 전략적 파트너들과 공동으로 e차지 코리아라는 한국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