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격언 중에 ‘무릎에서 사라’는 말이 있다. 주가가 바닥을 확인한 이후 추세를 확인하고 매수하면 추가하락에 따른 위험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저점에서 매수해 고점에 처분하는 것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바닥’을 측정하기 어려운 증시에서 위험관리를 우선하라는 얘기다. 종합지수가 다시 700선 지지력 테스트에 들어갔다. 해외 악재에 대한 내성, 가격메리트 등을 감안할 때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상승 모멘텀이 부재하고 수급이 제약되고 있다는 점에서 저가 매수 시기를 다소 늦춰도 무방해 보인다. 뉴욕증시가 악화된 경제지표를 반영하고도 진바닥을 형성할지 여부에 주목하면서 방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길목지키기에 능한 투자자라면 중소형주로 빠르게 돌고 있는 순환매에 동참하는 전략도 유효하겠다. ◆ 탄력둔화, 매수세 ‘가뭄’ = 매수세가 실종됐다. 최근 국내외 증시 상승이 기술적 반등 수준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적극적인 매수주문을 불러낼 만한 유인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는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따라 심한 출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매매는 규모가 많지 않지만 영향력은 배가 되고 있다. 기관이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고 있고 개인은 저가 매수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최근 뉴욕증시가 급등락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틀 연속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1일에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을 집중 처분해 매도공세를 재개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지난주에 대규모 순매도하며 환매 준비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점을 감안하면 대량 매도에 나서기보다는 뉴욕증시와 움직임을 같이할 공산이 크다. 다만 다음주 8월물 옵션만기를 앞둔 현선물 동시 매도패턴을 주시할 시점이다. 외국인 매매와 함께 수급을 좌우하는 프로그램 매매는 중립적이다. 외국인 선물 매도로 시장베이시스가 사흘째 백워데이션을 가리키고 있지만 매수차익잔고가 지난 2월 8일 이래 처음으로 4,000억원을 하회하고 있어 매물 부담이 크지 않다. 시장베이시스가 전환될 경우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뉴욕증시가 다소 안정을 회복했지만 국내 수요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외국인 매매에 흔들리고 있다”며 “뉴욕증시 동향과 외국인의 추가 매도에 따라 700선이 다시 지지력을 시험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무기력장세, 방어적 선택 = 종합지수가 4개월 연속 음봉을 형성한 이후 맞이한 8월 장세는 대체적으로 지루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기대를 모았던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어 부담스럽다. 미국에서는 소비자신뢰지수, 2/4분기 GDP성장률, 시카고구매자지수 등 최근 경제지표 등이 악화를 예상한 수치보다 더 낮게 발표되면서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연결될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GDP성장률이 1.1%에 그치고 최종 수요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기가 소폭 회복된 이후 다시 침체에 들어간다는 ‘더블딥’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9.9% 증가, 21개월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예상치를 상회한 수출동향은 그러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환율하락에다 6월 물량의 이월, 조업일수, 지난해 7월의 부진 등을 고려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분석됐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우려할 수준을 가리키고 있어 보수적인 대응이 유리하다”며 “IT주나 수출관련주 비중을 줄이고 음식료 등 중소형주 위주로 돌고 있는 순환매에 대비한 길목지키기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증권 리서치센터 신성호 이사는 “뉴욕증시 약세와 환율부담 등으로 단기적인 장의 흐름이 여의치 않다”며 “예금 금리가 4% 수준인 점을 감안해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저PER주 등으로 방어적으로 대응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