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메이저 반도체업체들이 잇따라 올해 설비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반도체장비업체들을 중심으로 업계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제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최악의 침체를 겪었던 전세계 반도체산업은 올하반기부터는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들어 내년말까지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반도체업체들은 연초에 발표했던 설비투자 계획을 수정해 투자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최대의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올해초 지난해보다 20억달러가량 감소한 55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다시 이를 50억-52억달러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고 밝혔으며 유럽최대의 반도체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이번주 올해 설비투자를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지난 25일 세계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TSMC)까지 올하반기 업계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설비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혀 이같은 추세에 동참했다. 반도체업체들의 이같은 설비투자 감축발표로 인해 특히 장비업체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가 올해 관련 시장 규모가지난해보다 20%나 줄어들 것이라고 밝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제반도체장비산업협회(SEMI)의 차기회장으로 선출된 미국 울트라테크 스테퍼의 아서 자피로풀로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반도체시장은 적어도 내년 중반기까지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비업계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반도체업체의 부정적인 전망으로 인해 지난 25일 뉴욕증시와 26일 아시아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도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냈다. 25일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TSMC의 설비투자 축소발표 등의 여파로 전날에 비해 무려 35.65포인트(10.08%)나 급락한 318.05를 기록, 300선을 위협했다. 종목별로는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14.02%나 폭락했으며 TSMC와 경쟁업체인 싱가포르의 차터드 세미컨덕터의 ADR도 각각 18%와 9.4%나 떨어졌다. 또 26일 오전 대만증시에서 TSMC와 UMC의 주가도 주가제한폭(7%) 가까이 급락했으며 난야 테크놀로지, 모젤 바이텔릭, 윈본드 일렉트로닉스 등 D램업체들의 주가도 모두 5% 이상 급락했다. 또 도쿄증시에서도 일본의 양대 반도체장비업체인 어드밴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이 각각 6.61%와 8.82%나 급락해 모두 6천엔 아래로 떨어졌으며 서울증시에서도삼성전자가 4% 이상 급락한 것을 비롯해 아남반도체, 미래산업, 디아이, 신성이엔지 등 반도체 관련주들이 4-6%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