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지지선인 700선이 마침내 무너졌다.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현물과 선물시장 전방위에서 압박하며 증시 추락을 유도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자금유출이 가속화되면서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으로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금융계와 기업체간의 암묵적 공모에 따른 회계부정으로 투자자의 시장 신뢰가 붕괴돼 투자자금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된 상황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달러화에 대한 역외매수세로 이어져 달러 약세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날 달러/엔이 117엔로 급반등하고 달러/원 환율은 1.190원대로 폭등했다. 대만 타이완반도체가 3/4분기 부정적 실적을 내놓고 투자 축소 계획을 밝히면서 IT경기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도 폭락의 배경이었다. 증시 붕괴가 경기악화로 이어지는 이른바 역자산 효과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견조함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국의 6월 내구재주문이 전달보다 3.8% 감소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 여파가 기업체의 투자시기 지연으로 이어졌다. 한국경제의 연 6%대의 상대적으로 견조한 경제성장 전망과 S&P 등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에도 외국인 매도라는 수급 불안을 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지선이 붕괴되면서 박스권 하향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향후 외국인의 추가 매도세 규모에 시장촉각이 곤두서있다. ◆ 외국인 매도 본격화 = 외국인의 한국시장 비중 축소 움직임이 전면화되면서 시장 전망과 관련해 빨간 신호등이 커졌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시장 하락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않던 외국인 동향이 이번주 들어 급반전되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26일 거래소에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3,332억원 순매도하며 지난 3월 14일 3,633억원을 기록한 이래 넉달중 최대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최근 9거래일 연속 순매도이며 이 기간동안 9,600억원 가량 매도우위. 이러한 외국인 움직임은 최근 미국 시장의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자금유출 본격화와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 뮤추얼 펀드 환매 압력에 대비한 현금확보차원의 매도세로 추정되는 것. 트림탭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는 인터내셔날펀드는 20억달러를 포함해 지난주 210억달러가 유출됐다. 전주 193억원 유출에 이어 규모가 확대됐으며 7월들어 총 560억달러로 9.11테러당시의 299억원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만, 태국, 등 동남아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순매도가 늘어나고 있어 환매에 대비한 매도라는 심증을 강하게 주고있다. 26일에도 외국인은 주가 하락과 연동하며 물량을 조절한 것이 아니라 일정 물량을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순매도 물량 규모를 늘이는 양상을 나타낸 것도 이와 맥이 닿는 부분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시장의 환매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안정이 선행되야 하지만 최근 반등은 좀더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외국인 매도가 당분간 이어진다는데 큰 이견이 없으며 문제는 매도 규모와 강도”라며 “취약한 국내 수급기반을 감안할 때 외국인 매도 충격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한번 팔기 시작하면 그 정도를 가늠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무서움이 있다”며 “매도공세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기에는 힘들다”고 말했다. ◆ 박스권 하향 조정 = 시장에서는 700선 붕괴 자체보다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을 낮출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종합지수 700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뉴욕증시의 안정과 새로운 지지선 형성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30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있는 684선이 다음 지지선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팀장은 또 "추가 하락시에는 지난해 미국 테러 이후 상승폭의 61.8% 조정에 해당하는 640~650부근에서 하방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가 2/4분기부터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 경제의 우량한 펀더멘털이 언급되고 있지만 악화된 수급요인을 빼놓고는 펀더멘털을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일단 650선까지 밀릴 경우 당국의 대응 등을 고려해 한차례 반등이 기대되지만 충격이 나올 경우 이 선에서 추가 하락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700이 깨진 것은 새로운 국면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며 향후 지지대가 어디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일단 신선한 뉴스가 나오지 않을 경우 오랫동안 위쪽이 제한되는 기간조정을 예상할 수 있다”며 “다만 우리경제의 강한 체질로 하락속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황준현 선임연구원은 "해외증시 불안과 외국인 매도 등을 감안할 때 680선까지 추가하락에 대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중기적으로 보면 추가적인 하락 폭보다는 상승 폭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 '매도의 절정'(Selling Climax)에 가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다만 바닥을 예단하기 보다는 확인한 이후 매매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