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6일 증시에서 대만발 유탄을 맞았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조립업체인 대만 TSMC 마이클 창 사장이 지난 25일 열린 IR(투자설명회)에서 "올 하반기 수익 전망을 낙관하지 못한다"고 발표한 게 기폭제였다. IR 직후 열린 미국 증시에서 마이클 창 사장의 발언은 악재로 작용했다. 반도체지수인 필라델피아지수는 급락했다. 나스닥지수는 당연히 폭락했다. 바통은 태평양 건너 대만 한국 등 아시아증시로 이어졌다. TSMC 등 대만 반도체업체 주가는 대부분 하한가로 추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그나마 5% 하락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는 최근 예민해진 시장 참여자들의 감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날 삼성전자는 수급면에서도 운이 나빴다. 전환사채 물량 18만주가 장초반 나왔고 36만원대에 사들인 외국인들이 로스컷(손절매)물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1천억원어치 이상의 대량 매물이 나올만한 대형 악재는 없었다. 결국 TSMC 창 사장의 발언은 불안한 시장 참여자들한테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셈'이 됐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영업실적이 당초 우려보다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 등의 변수가 있지만 3분기중 1조7천억원정도의 영업이익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2분기 실적(1조8천7백억원)에는 못미치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일 만한 동기는 없다.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수급상황은 악화되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무차별 매도의 근거도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지금 한국의 대표주이면서 세계 반도체업계의 선두주자로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