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가 폭락하면 달러값이 오르고 주가가 상승하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 다우지수가 24일(현지시간) 4백88.95포인트(6.35%)나 치솟았음에도 불구,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4원20전 급락했다. 원화 환율은 그러나 지난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미 증시가 3백16.92포인트(3.9%) 곤두박질쳤을 때는 9원50전(0.8%) 올랐었다. '주가와 달러값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기존의 시장 패턴을 깨는 이변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외환 전문가들은 환율 폭락을 저지하려는 각국 외환당국의 개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인 추세로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국책은행의 외환거래 담당자는 "지난 22일 엔.달러 환율이 1백15엔까지 떨어지자 일본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까지 나서 구두 개입한 것처럼 각국 외환당국이 환율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 때문에 딜러들은 달러 약세를 예상하면서도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외환담당자도 "원화 환율은 조만간 1천1백60원선까지 떨어질 전망"이라며 "25일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30포인트 이상 올랐다가 다시 밀린 것도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외국계 은행의 자금담당자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달러값과 주가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은 정부의 환율방어도 어느 정도 이유가 되겠지만,그보다는 미국의 대형 펀드들이 주가 하락으로 인한 환매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수요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급격한 환율 하락에 대비, 시장개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한도 증액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 중이어서 달러약세장에서의 통화당국과 딜러간 '한판 승부' 결과가 주목된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