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이 4.2% 폭락하고 S&P500이 97년 5월이후 5년만에 800선이 무너지는등 월가가 또 큰 폭으로 하락했다. 4일 연속 폭락세다.


23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이미 파산한 엔론 망령이 무덤에서 나와 시티그룹등 금융주를 잡아당기고 기술주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또다시 급락세를 보였다. 3M 프록터&갬블(P&G)등 소비재 종목들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다우의 낙폭을 줄여준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상승세로 출발한 다우지수는 하루종일 사자세력이 몰리며 내부적으로 꿈틀 거리는 양상이었으나 장끝 무렵 상승세를 잇지못하고 주저앉았다. 전일보다 82.24포인트(1.06%) 떨어진 7,702.34로 간신히 7700선을 지켰다.


나스닥도 강세로 시작했으나 오전부터 밀려 무려 53.67포인트(4.18%) 폭락한 1,228.98을 기록 했다. S&P500지수도 21.83포인트(2.66%) 떨어진 798.02를 나타냈다.


거래량은 계속 활발했다. 뉴욕증권거래소가 24억3천만주, 나스닥 25억5천만주로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 모습이었다.


월가전략가들은 "지금 시장은 어디서 어떤 재료가 터질지 전혀 알수 없는 안개장세여서 주가의 향방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분식회계파장이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데다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보다 부진, '그동안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재료외에는 주가를 부추킬 요인이 별로 없다는 진단이다.


이날도 분식회계의 원조인 엔론의 망령이 되살아나면서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세계최대 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이 엔론에 비정상적인 금융기법을 제공해 엔론의 캐시플로우를 과다포장해줬다는 의혹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되면서 15.73% 폭락하는등 이틀간 주가의 4분의 1인 25%가 떨어졌다. 비슷한 이유로 JP모건도 18.11% 급락했다.


기술주 하락은 노벨러스시스템과 루슨트테크놀로지가 촉발시켰다. 반도체 장비 메이커 노벨러스시스템은 2분기 수익이 80% 줄어들었다는 발표로 6.16% 하락하며 반도체 종목들의 동반하락을 이끌었다. 인텔도 2.43% 하락하는등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4.93% 떨어졌다.


루슨트테크놀로지가 9분기 연속적자와 7천명의 추가감원을 발표하면서 무려 21.43% 폭락했고 이에따라 대형 기술주들도 연쇄적으로 하락했다.마이크로소프트(3.91%) 오라클(4.66%) 시스코시스템스(3.70%)등도 큰 폭으로 밀렸다.


통신주들도 또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지역전화사업자인 SBC커뮤니케이션은 올해 실적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2.75% 하락했고 벨 사우스와 버라이즌 AT&T도 5-7%씩 떨어졌다.


다이너지는 채권발행이 취소돼 자금악화가 우려되면서 이날 63.61% 폭락하는등 에너지주식들도 몰락했다.윌리엄스는 올해 실적 전망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코멘트로 40.80% 떨어졌으며 2분기 수익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난 듀크에너지도 약세였다.


반면 소비재 종목들은 상승세를 나타내며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면도기로 유명한 질레트가 2분기 순익이 예상치를 넘었다는 발표로 6.59% 올랐고 P&G도 1.77% 상승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