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하루만에 급반등,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미국시장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2.62포인트나 상승하며 740선을 넘어섰다. 선물가격도 강력한 저항선이었던 93선을 뚫어냈다. 전날 9일 연속 하락 후 반등 없이 미국시장이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기대이상의 반등이 나오자 탄탄한 한국증시의 펀더멘털을 재확인하며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증시의 방향전환에 조심스러워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날 반등은 지난 22일 달러가 엔화 대비 강세로 돌아선 데다 월드컴관련 호재가 나오면서 단기급락한 미국시장의 반등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해석이 많다. 이날 홍콩 대만 일본증시도 일제히 동반상승했다. 특히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선물매수로 시장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점도 앞으로 시장의 방향과 관련,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기술적 반등인가,차별화 시도인가=이날 반등으로 바닥을 논하긴 성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최근 급락장이 향후 1년동안의 경기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만큼 별다른 재료없이 주가가 오른 것이 시장의 방향을 돌려세울 수는 없다는 진단이다. 박윤수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기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술적 반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시방향의 키는 향후 기업의 수익성"이라며 "당장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날 반등은 전날밤 사이 엔·달러 강세와 월드컴 관련 호재가 미국시장의 기술적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이라며 "지난 90년대 미국성장을 이끌었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힘든 게 시장전망을 어둡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선물매수=이날 상승장을 견인한 것은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매수다. 선물순매수→프로그램매수→지수상승의 기계적인 흐름이 매수주체가 없는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 것. 홍춘욱 한화투신 투자전략팀장은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을 알고 있는 외국인이 의도적으로 대규모 선물을 순매수한 것이 급반등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가능성은 지난 22일 이미 나타났다. 이틀 연속 갭하락(시초가가 전날 종가 밑에서 시작)을 보인 전날 지수급락에도 불구,프로그램은 소폭의 매수우위를 보였다. 황정현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삼성투신운용이 장기증권저축을 통해 매수한 3천억원과 기타 1천여억원의 인덱스펀드자금을 제외하면 더이상 시장에 나올 프로그램 매도물량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프로그램 매수잔고는 4천7백여억원.결국 외국인이 3일 투매가 나오면서 시장참가자들이 기술적 반등을 예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규모 선물을 순매수,의도대로 시장을 끌어올려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