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에너지 거래업체인 엔론의 붕괴 이후 '차기 파산 후보 1순위로' 투자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월드컴이 21일 마침내 파산보호신청을 내기로 결정했다. 미국 2대(大)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은 지난 90년대 하이테크 열풍으로 사세가 급상승한 대표적 기업의 하나다. 당시 월드컴은 업계에서 전대미문의 대규모 거래를 잇따라 체결하면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83년 장거리통신 할인 서비스로 출범한 회사에 2년 후 교사 출신의 버나드에버스가 최고경영자로 취임하면서 사세가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97년에는 BT와 GTE를 따돌리고 370억달러에 당시 미국 2위 장거리 전화회사이던 MCI를 전격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여세를 몰아 2000년에는 스프린트까지 인수하려 했으나 독점금지조항에 걸려 무산되기도 했다. 난공불락의 AT&T가 회사 분할작업을 거치는 동안 에버스는 여분의 통화시간을 사들여 싼값에 시장에 되팔기도 했다. 월드컴은 이문이 적은 통신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1990년대 후반기에만 MCI를 비롯해 75개의 기업을 인수하는 한편으로 인터넷 및 데이터 전송 등 현대식 통신서비스를 전면 개시했다. 이같은 적극적인 경영으로 스캔들이 불거지기 전 월드컴의 직원은 8만5천명에 달했으며 지난 회계연도 매출이 352억달러에 이르렀다. 수익도 14억달러에 달했다. 당초 LDDS이던 사명을 지난 95년 월드컴으로 바꿨으며 97년 기준으로 미국 장거리 전화시장의 5%를 점유했다. 여기에는 백악관과 크렘린간 '핫라인'도 포함됐다. 월드컴의 승승장구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 4월부터다. 4월 30일 에버스가 최고경영자직에서 물러난 것이 계기가 됐다. 엄청난 부채와 당국의 조사 착수가 원인이었다. 미 당국은 에버스가 주식과 관련해 3억6천만달러를 편법회계 처리한 혐의를 잡고 이미 조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회사측은 결국 지난 6월25일 39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숨겼으며 그 금액만큼 이익이 있는 것으로 편법 회계처리 됐음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회계부정 여부를 떠나 월드컴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우려는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수입 증가세는 사실상 멈췄고 현금 보유고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에스캔들까지 겹쳐 99년 후반 주당 60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지난달 1달러에도 못미칠 정도로 폭락했다. 월드컴은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사업분야를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비용절감노력을 기울였지만 이같은 노력은 오히려 잠재 수입원을 봉쇄한 결과를 초래했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에버스는 월드컴 주식 매입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해 다시 월드컴에서 기채한 사실을 시인하고 지난 4월 CEO직에서 물러났다. 이른바 `슈퍼스타 CEO들의 시기'에 에버스와 비견될 수 있었던 CEO는 비록 그와같은 추락의 길을 걸었지만 엔론의 케네스 레이와 비벤디의 장-마리 메시에 등 두명뿐이었다. 월드컴은 데이터 전송 및 전화 서비스와 함께 웹.컴퓨터 네트워크 관리시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프로토콜의 하나를 운영하고 있기도하다. 월드컴은 이와 함께 미국 웹호스팅 회사인 디젝스 지분의 94%를 보유하고 있으며 브라질 장거리 전화회사 엠브라텔 파티시파세오 지분의 52%도 확보하고 있지만 21일 마침내 파산보호신청을 결정했다. jksun@yna.co.kr (서울 = 연합뉴스)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