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평균 주가 1만엔대 중반에서 등락을 반복해 온 도쿄증시가 미국발 회계부정 파문과 엔고 태풍의 이중 악재에 휘말리면서 시계 제로의 난기류 상태에 빠져들었다. 닛케이 평균 주가가 지난 주 마지막 영업일인 19일 하룻동안 2백95엔 이상 급락한 데 이어 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본 투자자들이 앞다퉈 '팔자'로 전환,주가 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6월 후반부터 매도 우위를 보여 왔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 일본 주식 처분에 부쩍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매도 공세에 집중 표적이 된 대표적인 종목은 의약품 관련주로 다케다약품 에이자이 등 일본의 간판 제약회사 주식값이 지난 19일 올해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도쿄증시 1부에서 이날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45개 주식 중 제약주는 11개로 무려 25%에 달했다. 분석가들은 제약주들의 주가 급락이야말로 하이테크 자동차 등의 첨단 우량주에 국한됐던 미국발 회계부정 파문이 의약품 관련주로 번지기 시작한 신호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우량 제약회사 중 하나인 존슨앤드존슨이 회계조작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의약품 관련주는 추가 하락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이와슈긴 투자고문의 한 애널리스트는 "일본 제약회사들이 일찍부터 미국시장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전자 등 하이테크기업과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외국인투자자들의 불신 대상이 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처분은 의약품 관련주뿐 아니라 그동안 집중 매입 대상이 됐던 우량 종목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투자자들은 도쿄증시의 주식 중 주주 자본이익률(ROE) 등 자본효율이 높은 종목을 선호하고 있다. 증시 주변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것으로 소문난 종목이 대량 매물 출회 우려 때문에 당분간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기피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