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4년래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자칫 이같은 폭락세가 경제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미 증시는 지난해 9.11테러 이후 올해 3월까지는 그나마 상승세를 지속해왔다.그러나 지난 3월 이후 다우지수는 25%,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27%, 나스닥지수는 32%가 각각 하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주만해도 S&P 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가각 6.8%와 6.3%의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나스닥도 2.9% 밀리는 등 증시의 추락이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증시의 추락은 기업회계 부정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신 때문이다. 이에 조지 부시 대통령과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이 진화에 나섰으나 별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불신이 투자자들의매도 현상을 낳고 다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은 지난 2000년 3월 이래 7조7천억달러나 시가총액을 감소시킨 투매현상이 단순히 증시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까지 타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증시 위기는 더 나아가 미국 경제 회복 지연보다 심각한 문제, 즉 일본경제를 강타한 장기 불황이나 지난 30년대 미국 경제를 엄습했던 대공황과 같은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놀드 & S. 블라이쉬로더의 제임스 파딘하 경제전략가는 "현재 분위기는 금융위기가 경제의 발목을 붙잡았던 지난 1998년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면서 "그 때와 똑같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8년 하반기 과도한 채무에 따른 러시아의 부도 위험와 헤지펀드의 투기성 투자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뒤흔들리면서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돼 대공황 이래 처음으로 불황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당시에는 증시 위기가 실제 경제위기로 번지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이선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위기가 경제위기로 치달을수 있다는 또다른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 3월 이후의 증시 하락세로 경제성장률이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터스 투자운용의 짐 그리핀 전략가는 "현재의 증시위기는 98년때와 다르게 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98년에는 러시아 채무 위기 등 대외적인 변수때문에 경제위기론이 확산됐지만 현재는 예상보다 더딘 경기회복, 증시 거품, 잇따른 기업회계부정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라는 내부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98년 미국의 투자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금융위기의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사태의 종결에 관심을 가졌지만 현재는 세계의 투자자들은 미국을 주시하고 이번 위기의 결말을 궁금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