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시50분.745선에서 지겨운 횡보를 거듭하던 종합지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후 지수는 불과 10분사이에 10포인트나 급상승하며 755선을 회복했다. 잠시 숨을 고른 지수는 2시30분에 760선을 넘어서는 듯하다가 다시 급락,754선에서 마감했다. 이날 장막판에 분단위로 지수가 급등락한 것은 바로 외국인의 선물매매때문이다. 오후 1시50분께 8천4백계약의 선물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후 3천계약을 다시 사들이며 순매도계약을 순식간에 5천계약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선물가격이 상승하며 지수를 밀어올린 것이다. 증시가 방향성을 찾지못한 채 표류하면서 선물옵션시장이 거대한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현물시장에서 팔짱을 낀채 파생시장에서 시장을 주무르며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 거래비중은 6%에 머물고 있지만 외국인의 파워는 가공할만 하다. 하루 수천계약을 샀다 팔았다 하며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옵션시장에서도 선물과 연계한 합성거래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해 가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을 휘젓는 외국인=외국인의 투기적인 단기매매는 지난달 트리플위칭데이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옵션만기일 1천계약 넘게 선물을 순매도하며 시장을 끌어내렸던 외국인은 다음날 8천9백계약 이상을 사들이고 지수를 급등시키며 이익을 챙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 선물옵션시장은 물좋은 곳으로 소문이 났다"(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투기적인 매매성향과 외국인 영향력이 어느나라보다 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걸 외국인이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박은용 한화증권 선물영업팀장은 "최근들어 '홍콩물고기' 등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시장에 이미 들어왔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며 "단순히 투기적 거래뿐만 아니라 수십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이 보지 못하는 틈새차익을 챙기는 수법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개인과 증권사도 투기판에 뛰어들었다=서울 여의도에 있는 H증권사 선물영업팀. 이곳에는 얼마 전부터 외국인 두명이 상주하면서 모니터 앞에서 한국직원들에게 뭔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선물차익거래를 기계적으로 할 수 있게 설계된 프로그램을 판 외국기업의 직원들이다. H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부분 선물영업을 하는 증권사나 투신사는 이런 프로그램을 수입해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소프트웨어 하나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나가지만 몇 달만 굴리면 투자비용을 충분히 뽑는다"며 "시장이 투기적으로 흘러가는데 손놓고 당할 순 없어 고가의 개정된 프로그램을 사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쌈지 돈으로 대박을 꿈꾸는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은 이보다 더하다. 황정현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9·11테러 이후 5백배의 대박을 터뜨린 기적을 직접 목격한 개인투자자들이 인생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부나방처럼 옵션시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황 선임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다보니 옵션가격(프리미엄)은 지나칠 정도로 고평가돼 있고 이를 기관과 외국인이 매도포지션으로 손쉽게 거둬가고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옵션시장에서 매도위주의 기관과 외국인의 승률은 70%로 개인들은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꼴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