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적발된 '옵션사기'는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한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리스크관리를 외면한 결과 계좌관리가 허술해져 초래된 예견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신용조회 없이 선물·옵션계좌를 열어준 것이나 지난 3월 증권거래소의 권고에도 불구,옵션매도증거금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옵션거래를 통한 사기가 가능하도록 방치해 놓았다는 설명이다. 워낙 치밀한 수법으로 이뤄지다 보니 일부 증권사들은 피해를 당한 줄 몰랐고 다른 증권사들은 회사 이미지를 염려해 쉬쉬하며 덮어두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팀 신주화 반장(경위)은 18일 "지난해 '9·11'테러 이후 옵션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옵션 위탁증거금의 맹점을 이용한 옵션사기 사실이 처음으로 적발돼 긴장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2~3개 일당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돼 추가 수사중"이라고 덧붙였다. ◆고도의 사기극=여모씨와 함께 구속된 공범 권모씨(54),문모씨(54) 명의로 옵션만기일인 지난 11일 S증권사 본점에 5백만원의 증거금으로 선물·옵션 2계좌를 개설했다. 이후 두 계좌를 통해 옵션 최고 외가격의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합성거래'를 통해 증거금을 41억원으로 늘렸다. 계좌당 5백만원을 입금한 뒤 41억원이 계좌에 남아있는 것으로 부풀린 것.외가격 거래는 증거금이 낮아 계약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씨는 장마감 직전 각각의 계좌에서 매도잔고만 청산해 한쪽 계좌는 콜옵션매수,다른 계좌는 풋옵션매수로 정리해 지수가 한쪽 방향으로 큰 폭으로 움직이면 이익과 손실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맞췄다. 이날 지수는 장막판 급락,콜옵션매수 계좌는 4억9천만원의 손실이 난 반면 풋옵션매수 계좌는 4억1천여만원의 이익이 남았다.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당연히 8천여만원의 손실을 입게 되지만 여씨는 손실계좌에 대해 애당초 갚지 않고 이익이 난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계획이었다. 신주화 팀장은 "해당 증권사에서 12일이상 거래 신고를 한 뒤 자금을 인출하러온 여씨를 잡아둔 게 사건해결에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문제점=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고객에 대한 형식적인 신용관리,과다한 수수료 경쟁 등이 해결되지 않는한 이러한 사기사건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버젓이 신용불량자 리스트에 올라있는 고객에 대해 신용확인 없이 계좌를 열어준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증권사들은 계좌개설에 앞서 간단한 신용조회는 필수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과다한 수수료 경쟁도 문제다. 지난 3월 증권거래소는 옵션거래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옵션매도의 경우 증거금을 리스크 관리할 수 있도록 세칙을 개정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고객유치를 이유로 위험이 따르는 옵션매도에 대해 최저수준의 증거금만 요구하고 있다. S증권사 선물옵션팀 관계자는 "증거금을 높이면 곧바로 고객들이 다른 증권사로 옮겨버린다"며 "서로 눈치를 보며 암묵적으로 증거금을 올리는 것을 미루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