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주식시장은 '하이닉스반도체 증시'라고해야할 정도로 투자자들이 하이닉스 주가 흐름을 쫓아 일희일비하고 있다. 데이트레이더나 일반 투자자는 물론 기관과 외국인투자자까지 '만인의 주식'(유통주식수 16억주)인 하이닉스에 달라붙어 투기성 매매로 거래량을 폭발시키고 있다. 주가는 660원(15일 종가기준)으로 껌값 수준이지만 거래량과 거래액이 급증하면서 시장 비중이 커져 삼성전자와 함께 종합주가지수의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하이닉스 주가가 힘을 쓰면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지만 반대의 경우 투자심리가얼어붙는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하이닉스 주가흐름을 '투자지표'로 삼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기록제조기 하이닉스 지난 13일엔 하이닉스 거래량이 13억378만1천주로 전체 거래량(18억5천29만주)의 72%를 차지하면서 단일종목 역대 최다 거래량 기록을 갈아치웠고 15일엔 역대 2위인 11억7천409만주로 전체 거래량(17억3천387만주)의 68%에 달했다. 이같은 전체거래량 규모는 미국 뉴욕 증시 수준이다. 미 증시의 지난 주말 거래량은 뉴욕증시가 18억6천만주, 나스닥시장은 16억8천만주였다. 하이닉스 거래량은 지난달 10일 7억9천18만주로 역대 단일 종목 거래량 1위에등극한데 이어 이달 4일엔 10억402만주로 기록을 다시 바꿨고 13일엔 이를 다시 갈아치웠다. 거래액도 만만치않다. 거래량 신기록을 세웠던 12일 거래액은 8천252억원, 15일엔 8천502억원으로 거래소 전체의 23%를 각각 차지했다. ◆상장주식 52억주, 유통물량 16억주 하이닉스의 총 상장주식수는 52억3천997만2천289주 이며,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물량은 이중 31.2%인 16억3천942만2천23주다. 유통가능물량은 당초 10억주에 약간 못미쳤으나 지난달 7일 채권단 전환사채중주식으로 전환된 7억2천197만1천747주가 시장에 출회되면서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지난 13일의 하이닉스 거래량은 전체 유통가능물량의 79.6%였다. 전체 상장수식중 기존 대주주인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소유주식이 9천380만5천920주이며 채권단이 출자전환으로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35억674만346주이다. 이들 주식중 채권단 보유분은 연말까지 매물화하지않기로 약속된 상태여서 일단연내 추가 매물이 터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이다. 만약 채권단이 하이닉스를 성공적으로 매각한다면 별 문제가없지만 매각이 어려워지고 회생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봐서 출자전환으로 갖고 있는35억600만주를 내년초부터 쏟아낸다면 '하이닉스 홍수'로 시장에 큰 충격이 우려된다. ◆증권업계의 '효자' 하이닉스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면서 거래소의 전체 주식거래량 지표가 의미를 잃어 투자정보로서 제구실을 하지못하고 있다. 거래량.거래액 비중이 커지고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면서 지수를 왜곡시켜 주식관련 파생상품거래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있다. 그러나 증권거래소는 하이닉스 매매를 전산시스템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다'하이닉스 현상'도 시장의 일부분인만큼 인위적으로 매매거래수량단위를 높임으로써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취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의 이면에는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돈을 벌어주는 '효자'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이닉스의 거래액 비중으로 볼때 최근 증권사나 증권거래소의 거래수수료 수입의 20% 안팎을 하이닉스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거래소는 내년들어 채권단의 보유물량이 대량 출회돼 하이닉스의 거래량을 전산시스템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현재 10주인 매매거래수량단위를 100주나 1천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특정종목의 하루 호가건수가 40만건 이상이고 매매체결 지연시간이 20분 이상인 경우가 3거래일 이상 계속되면 매매수량단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아직은 그같은 상황이 발생하지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