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선물영업팀 박은용 과장은 요즘 선물시황 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장중 선물가격이 분단위로 요동치고 있어 자칫 방심하다간 큰 손실을 입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방향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현물과 선물을 연계해 매수와 매도를 오가고 있어 거래시간대엔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달들어 프로그램매매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극심하게 오르내림을 반복하자 고수익을 노린 투기적인 거래가 가세해 선물 등 파생상품시장이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증시가 '선물파고'에 표류하고 있는 꼴이다. 뚜렷한 목표(증시의 방향성)를 설정하고 배를 이끌 조타수(매수주체)가 없는 증시가 선물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파고(프로그램매매)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것. 파생상품시장에서 선물과 옵션을 연계한 차익거래가 이뤄지면 바로 프로그램매매로 연결돼 종합주가지수를 밀었다 당겼다 하는 현상이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 대내외의 불안한 전망이 걷혀 현물시장이 방향성을 잡을 때까지는 당분간 선물·옵션을 통한 차익거래→프로그램매매 유발→종합지수 급등락으로 이어지는 어지러운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선물·옵션거래가 시장의 방향타=외국인은 최근들어 하이닉스 거래량을 제외하면 '개점휴업'상태인 현물시장에서 매매를 자제하고 있지만 선물·옵션시장에서는 '수익률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 미국시장이 방향을 잡을 때까지 선물·옵션시장에서 잠시 몸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엄청난 자금동원력과 영향력을 배경으로 마음만 먹으면 파생시장에서도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이러다보니 최근 외국인의 매매패턴은 종합주가지수의 방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16일만 해도 외국인은 오전중에 2천계약의 선물을 매수하며 지수를 790선위로 밀어올렸다. 하지만 추격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아 오후들어 선물순매수를 3백계약 단위로 줄여나가자 지수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밀려 77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배영훈 대신증권 선물옵션팀장은 "현물시장뿐만 아니라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외국인을 거슬러 매매한다는 건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팀장은 "선물이든 옵션거래든 일일 청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워낙 변동성이 크다보니 오버나이트(당일 매수·매도한 선물옵션을 다음날까지 들고 가는 것)의 위험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당분간 현물시장에서 거래를 낮추는 게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도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매패턴과 이에 영향을 받는 프로그램매물을 잘 살피는 게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KTB자산운용 사장은 "방향 없이 흔들리는 미국증시,달러약세 등 불안한 증시 대내외 상황에 대해 외국인도 이렇다할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들의 현물시장에서 매수기조가 이어질 때까지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은용 팀장도 "최근의 시장은 고수들이 대응할 수 있는 위험스런 영역"이라며 "지수급락시 나름대로 지지선을 염두에 두고 들어가 지지선이 무너지면 과감한 손절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