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10개 중 9개는 대주주가 '파킹'(기업공개 이전에 주식의 일부를 제3자의 차명계좌에 은닉하는 것)한다고 봐도 됩니다." K창투사의 한 심사역은 코스닥 대주주의 '파킹'은 벤처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한다. 이번에 적발된 이코인은 "한마디로 재수가 없는 케이스"라는 반응이다. 이 심사역은 '파킹'이 일반화돼 있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코스닥에 등록된 보안장치업체 K모 사장은 "최근 코스닥에 등록된 직후 주변 벤처기업 상당수가 '파킹'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파킹'에 대해 유혹을 느꼈으며 사실 '파킹'을 안한 것에 대해 약간의 후회(?)도 한다고 털어놨다. 벤처기업이 위법인 줄 알면서도 이처럼 '파킹'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뭘까. 코스닥 등록 초기에 주식을 팔아 목돈을 챙기기 위해서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대주주는 코스닥등록 이후 최대 2년간 보호예수에 걸린다"며 "대주주가 개인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킹'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통 신규 등록업체는 등록 직후 주가가 급등한 뒤 정상적인 가격대를 찾아가기 때문에 주가가 높을 때 팔아 자본이익을 챙기고 싶은 유혹이 대주주에게 생기게 마련이라는 것. 이코인의 대주주도 지난해 말 등록 직후 주가가 정점이던 1만3천∼1만5천원 이상일 때 차명계좌 물량을 팔아치웠다. 이후 주가는 급락했고 결국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문제는 대주주의 '파킹'을 사전에 적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파킹'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코인과 하이콤정보통신 모두 처음엔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사례가 발견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등록 전 차명계좌가 나타났다고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말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사전에 '파킹'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등록심사 때 모든 기업의 주요 주주 은행 및 증권계좌를 전부 조사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단속의 어려움이 '파킹'을 길러내는 온상이 되는 셈이다. 증권전문가들은 따라서 '파킹'사실이 적발됐을 때 사후에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증권거래법상 내부자거래 범위에서 빠져있는 대주주의 등록 전 차명계좌 물량도 내부자거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등록 후 6개월 이내에 대주주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단기차익을 봤을 때 해당 법인에 이익금을 귀속시키는 규정도 적용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이밖에 코스닥위원회의 등록심사 때 외형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현재 2년으로 돼 있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보호예수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