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가 내달중순부터 공동경영을 시작한다. 두 회사는 내년 이후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합병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로 했다. 동부전자는 하반기중 완료하려던 회로선폭 0.18㎛(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 설비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대신 0.13㎛ 투자를 시작하기로 했다. 동부그룹 제조부문 담당 한신혁 부회장은 15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 회사를 한 회사처럼 통합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남의 대주주인 앰코테크놀로지 측과도 "즉각 시너지효과를 내자는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동부는 내달초까지 거래처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해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의 공동운용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방안에는 동부화재와 생명이 아남반도체에 출자한 자금 6백억원 전액을 동부전자에 신주인수방식으로 다시 출자토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한 부회장은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은 동부전자에 대한 2천6백억원의 2차 신디케이트대출(차관단대출)을 추진하면서 동부계열사들이 동부전자에 투자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다. 한 부회장은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합병 및 상장계획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증권관련 제도와 주주권익보호 등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연내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는 또 아남반도체가 기존에 앰코 및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과 맺은 각종 거래조건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현재 수요가 많은 0.18㎛는 아남반도체의 시설을 활용하고 동부전자는 3∼4년 후에 대비해 0.13㎛에 대한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남반도체의 거래처인 TI와도 "세부 사항을 밝힐 수는 없지만 얘기가 됐다"고 밝혀 TI측이 0.13㎛ 제품의 주요거래처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이같이 계획이 조정됨에 따라 동부전자의 투자자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전자는 지난달말 은행권으로부터 2천6백억원의 신디케이트대출 승인을 받고 투자를 보류한 상태이며 이와는 별도로 3억5천만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하기로 했었다. 당초 투자키로했던 총 2조4천억원 중에선 1조1천억원을 이미 투자했으며 1조3천억원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동부는 공동운용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 선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하이닉스반도체와의 파운드리사업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과 달라 깊이 검토해보지 않았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채권단의 계열사매각 요구에 대해서는 "계열사를 매각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면 아남반도체를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