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연간 1백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운용수익을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화폐 단위를 낮추는 '디노미네이션'과 5만원권이나 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문제를 장기과제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 "국가 신용을 유지하는 적정수준의 외환보유액이 대략 9백억달러라고 하지만 앞으로 남북통일에 대비하고 국가 신용을 더 높이려면 현재 1천1백36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좀 더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특히 "보유외환 운용수익으로 작년엔 통안증권 이자(5조원)을 갚았다"며 "이 돈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문제는 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지만 한은으로선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총재는 화폐 디노미네이션에 대해 "당장 시행할 계획은 없지만 선진국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 부총재를 팀장으로 한 연구팀이 고액권 발행문제와 함께 디노미네이션을 장기과제로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단위 1백원을 1원 또는 10원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 박 총재는 "최근 달러 약세(원화 환율 하락)가 미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빚어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환율 하락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들은 수출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