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모멘텀 공백속에 지루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의 단기적 선물매매와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에 시장흐름이 좌우되는 모습이다. 시장 주변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해 적극적 시장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시장이 퀘스트커뮤니케이션으로의 회계분식 파문 확산으로 사흘째 급락, 해외시장에 대한 내성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원화 강세 가속화로 수출업체의 채산성 악화에도 대비할 시점이다. LG전자를 비롯해 국내업체의 양호한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무덤덤하다. 지난 실적보다는 3, 4분기 실적 전망을 확신할 수 없는 모습. D램가 바닥 기대감으로 최근 랠리를 벌였던 반도체주도 투자의견 하향으로 상승폭을 일정부분 반환했다. 다만 외국인의 순매수세 지속과 고객예탁금 증가 등 우호적 수급 상황이 그나마 투자심리 냉각을 방어하고 있다. 시장은 새로운 모멘텀을 기다리며 급등락보다는 단기 상승에 따른 차익매물 소화과정을 거치며 현 지수대에서의 등락이 예상된다. ◆ 반도체주 동반 하락 = 반도체 현물가가 하락전환한 가운데 국내외 관련 업체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이 잇따르며 삼성전자가 4% 가량 내리는 등 반도체주가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10일 메릴린치와 도이체방크는 반도체장비업체의 하반기 순익전망치와 투자등급을 낮추며 뉴욕시장 주요 반도체주의 급락세를 불렀다. 메릴린치는 2/4분기 반도체 장비 주문 증가세가 멎었다며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의 투자등급을 ‘강력매수’에서 ‘매수’로 하향 조정하는 등 13개 업체의 투자 등급을 낮췄다. 도이체방크증권은 내년 반도체업체의 지출 증가세가 15%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반도체 장비주 주가는 조만간 하향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도이체방크증권은 내년 반도체업체 지출 증가세는 3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CSFB증권과 현대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내렸다. CSFB는 LCD와 D램가격 하락 등으로 3분기 실적 둔화를 예상,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기존 55만원에서 47만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을 기존의 ‘적극매수’에서 ‘매수’로 한단계 내렸다. 현대증권은 원화강세에 대한 부담 증가, 3분기 실적 회복 강도 위축, 실적회복 모멘텀의 기존 3분기에서 4분기로의 이연 등을 들며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매수로 내렸다. 현대증권 엄준호 연구원은 "반도체업종에 대한 투자등급 하향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고 또 삼성전자의 목표가가 현 주가보다 현저히 높다는 점에서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반도체 경기 회복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아직 팽팽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실적 회복의 기대감을 조금 낮춘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방향성 모색 전망 = 11일 옵션만기를 맞아 옵션과 연계된 매수차익잔고 1,600억원과 비차익분을 감안하면 2,000억원 정도 매물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때문에 조정이 나타날 경우 저가매수에 임하라는 권고도 나온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800선 위쪽에서 적극 들어올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강하다.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조만간 800선 회복과 안착을 낙관하기보다는 당분간 차익매물 소화하는 횡보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700에서 800까지는 낙폭과대와 한미증시 차별화 논리가 무리없이 받아들여 졌지만 800 위쪽에서는 새로운 계기가 나타나야 한다”며 아직 800선 고지 등정이 만만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김 팀장은 “800선 안착이후 상승추세 형성을 위해서는 경기 펀더멘털 개선과 미국 시장 안정이 뒷받침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지수상승 부담과 미국 시장 하락으로 추가매수보다는 차익실현매물이 우세한 가운데 프로그램 매물이 하락을 결정지었다”며 “대형주가 좁은 가격권내에서 등락했고 시장움직임이 탄력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물이 단기적 악재라는 인식으로 저가매수도 들어오고 있어 추가상승을 위한 횡보나 조정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미국 시장이 조만간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차익실현 물량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휴가시즌이 시작되면서 뚜렷한 상승계기가 없어 내일부터 기술적 반등이 마무리되고 지루한 침체국면이 예상된다"며 "미국시장 불안정상황에서 외국인의 순매수가 크게 확대될 만한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한편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됐고 옵션 만기이후 신규자금 유입도 기대돼 800선 안착시도가 나타날 것"이라며 "당분간 개별 재료주와 업황이 좋은 석유화학, 건설주, 그리고 코스닥의 핸드폰 부품, 전자화폐 등이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