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저녁의 화려한 불꽃놀이가 월가를 살려냈다. '혹시나'하면서 잔뜩 긴장했던 테러가 발생하지 않은 탓이다. 미국인들은 LA공항 총기난사사건이 테러와 상관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즐거운 축제를 보냈고 다음날 주가는 폭등 양상을 보였다. 오전장만 열린 5일 뉴욕증시는 그동안 얼마나 테러에 압박받았는지를 입증이나 하듯 다우지수가 올들어 하루 상승폭으로 가장 크게 올랐다. 주간으로도 6주 연속 하락의 고리를 끊었다. 다우는 이날 하루에만 무려 323.53포인트(3.6%) 올라 주초 급락을 한숨에 만회하며 주간단위로 1.5%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도 이날 무려 5%(68.11포인트) 오르며 1,448.28까지 치솟는 등 초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주초 월드컴 후폭풍으로 인한 낙폭이 워낙 컸던 탓에 주간으로는 1%가량 하락했다. S&P500도 이날 3.67%(35.04포인트) 상승한 989.03을 기록하며 주간등락률(-0.1%)을 약보합세로 가져갔다. 뉴욕시장의 이같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금요일의 주가 폭등을 '기술적 반등'과 '바닥 확인'으로 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다. '기술적 반등'을 주장하는 신중론자들은 이번 폭등이 최근 낙폭 과다에 따른 자연스런 상승일뿐이라고 주장한다.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단지 반등시기를 결정했을 뿐이라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최근 월가를 이끌어온 기업들에 대한 신뢰 상실이 개선됐다는 아무 징후가 없다고 지적한다. 엔론에서 월드컴까지 분식회계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마당에 누가 기업들이 내놓는 숫자를 믿고 투자할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독립기념일을 전후해 주가가 바닥을 확인했다고 분석한다. 테러공포에서 해방된 것은 물론 각종 경제지표들이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확장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경제는 빠르지는 않지만 확실히 좋아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조업 활동이 지난 6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세이고 공장주문도 3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최근 자본지출과 관련된 각종 지표가 호전되고 있어 앞으로 기업의 투자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자본재지출을 가름하는 지표로 간주되는 비군수 자본재(항공기 제외)는 지난 4,5월 두달간 주문과 출하가 7.1%와 16.6% 증가했다. 6월 실업률은 5.9%로 전월의 5.8%보다 0.1%포인트 높아졌으나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범위안에 들어가는 수준.신규 고용보험 신청자수가 계속 줄어들고 6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가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은 점차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증시 급반등은 경제동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도체 주식들이 주도했다. 반도체 대표주자인 인텔과 라이벌인 AMD가 10% 가량 오르며 시장을 이끌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