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Coporate Governance)가 주가를 말한다.' 기업지배구조가 주가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경영투명성이 성장성 수익성 못지않게 중요한 투자지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좋은 기업도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거나 대주주와 관련된 미심쩍은 내부거래 등으로 투자자 신뢰를 잃으면 한 순간에 주가폭락사태를 맞게 된다. 엔론 월드컴 등의 회계 비리 등 기업경영의 불투명성으로 연일 하락했던 미국 증시의 최근 모습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대주주와 관련된 석연치 않은 주식거래 문제로 홍역을 치룬 케이스가 적지 않다. 올들어서만 LG화학 현대모비스등이 대주주관련 주식매매로 어려움을 겪었었다. 증권거래소와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는 최근 삼성전기 KT 대구은행 S-Oil LG건설 현대자동차 경동도시가스 담배인삼공사 조흥은행을 각각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업과 우수기업으로 선정.시상했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 국내증시를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지배구조문제 사례 =LG화학은 지난 4월 대주주의 주식거래와 관련,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지난 4월24일 LG화학은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LG석유화학 주식을 사들이면서 '대주주 챙겨주기' 의혹이 불거졌었다. 당일 LG화학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 LG전자 등 같은 계열사의 주가도 동반 폭락했다. 금강고려화학의 울산방송 지분 인수도 투자의 적절성 논란과 함께 지배구조 불신에 대한 문제를 제기시켰다.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증권사들은 지분 인수에 대해 방송업이 핵심사업과 관련이 없고 인수가격도 높은 데다 매매 상대상이 과거 계열관계에 있던 현대그룹이라는 점 등을 문제로 삼았다. 이 소식이 전해진 5월20일과 21일 금강고려화학 주가는 이틀 연속 9% 가량씩 폭락하는 곤욕을 겪어야 했다. ING베어링증권은 지난 5월22일 KT지분 취득에 참여한 LG전자에 대해 "기업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떨어뜨렸다. 외국인은 이후 27일부터 7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고 5만3천원선이던 LG전자 주가는 순식간에 4만5천원대로 급락했다. 지난해 말부터 본텍(옛 기아전자) 합병을 추진했던 현대모비스도 증시에서 기업투명성 등 지배구조 문제가 거론되자 결국 합병을 포기했다. 지배구조와 주가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주체는 역시 외국인이다. 주로 중장기 투자행태를 보이는 외국인은 경영진이 주주를 얼마나 중시하는 자세를 보이는지와 투명성 있는 전략을 펼치는지를 투자의 중요 잣대로 삼고 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은 지난 97년부터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정해 놓고 투자 기업에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며 때로는 직.간접적인 '압력'도 불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와 주가, 외국인 지분율은 적지 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를 비롯한 9개 지배구조 모범 및 우수기업의 주가 상승률(7월4일 종가기준)을 조사한 결과 연초보다 평균 13.29%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724.95에서 768.74로 6.04% 상승한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지배구조 우량기업의 주가는 지수보다 두배 이상 더 오른 셈이다. 특히 2년 연속 지배구조 모범기업에 뽑힌 삼성전기의 주가는 연초 4만4천2백50원에서 지난 4일 6만원으로 35.59% 상승해 지수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대구은행 주가도 같은 기간동안 3천6백80원에서 6천3백30원으로 72.01% 올랐다. 현대자동차 주가 역시 34.39% 상승했다. LG건설 주가는 연초보다 16.67% 하락했지만 건설업종 지수의 하락률인 17.96%보다는 낮았다. 이들 9개 기업의 외국인 평균지분율은 연초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대거 매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그대로 반영해 주는 대목이다. 외국인은 올 연초부터 지난 4일까지 거래소시장에서 모두 3조6천7백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9개 기업의 평균지분율(3일 기준)은 연초보다 0.90%포인트 늘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