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체력 보강이 시급하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취임 초기에 내놓은 진단이다. 외국 감독 영입으로 선진 훈련 기법 도입 등을 기대했던 당시 축구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그러나 히딩크 전 감독은 ‘파워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한국대표팀의 체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다. 증시에서도 체력은 중요하다. 증시가 ‘무한한 연속성’을 가정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가 내부 에너지를 모으며 체력보강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증시는 한 때 투매양상이 빚어지며 급락, 침체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밑변에 대한 확신이 굳어지면서 미국증시와의 차별화를 시도했고 낙폭을 만회했다. 경기회복 지연과 기업실적 부진에서 허덕이고 있는 미국에 비해 기초체력인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단단한 데다 수급 여건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증시는 닷새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주 수요일 급락으로 발생한 하락 갭을 모두 메웠다. 금요일 국내 증시는 체력 테스트에 들어간다. 과매도 국면이 해소된 상황에서 목요일 뉴욕증시가 독립기념일로 휴장하기 때문이다. 증시가 체력 보강을 과시하며 단기 저항선으로 작용할 2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할 지에 주목하면서 중소형 실적주 위주로 대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 기초 체력 강화 중 =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존 5.7%에서 6.5%로 높여잡았다. 한은은 4일 ‘200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GDP 성장률을 상반기 6.1%. 하반기 6.8% 등 연간 6.5%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상반기에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성장을 이끌었다면 하반기에는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발 금융불안은 일시적이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지만 달러/엔화 하락폭이 커 수출경쟁력이 크게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하반기 내수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환율하락 등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연간 성장률을 한국은행보다 낮은 5.9%로 전망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과 진단으로 이날 증시는 상승세에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외환시장 환율은 큰 폭 떨어졌다. 달러/원 환율은 19개월만에 1,200원선이 장중 붕괴되면서 1,100원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국내증시가 제한적이나마 뉴욕과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뉴욕약세가 회계조작 등 내부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국내경제의 탄탄한 회복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6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본격적인 회복에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어 부담이다. 증시에 경기회복 추이가 이미 선반영된 측면이 강한데 반해 미국경기 회복이나 수출모멘텀이 제공되지 않고는 추세적인 상승세로의 복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 단기 응집력 점검 = 기초체력이 꾸준히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단기에 힘을 모을 수 있는 에너지원인 수급 여건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어 긍정적이다. 먼저 외국인이 입질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달 말 종합지수가 700선 부근으로 떨어지면서 바겐세일성 저가 매수에 나선 외국인은 최근 뉴욕증시 급락에도 꾸준히 주식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보일 것으로 섣불리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4조원 이상의 매물을 쏟아낸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공세가 일단락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호적이다. 지난달 말 반기 결산을 맞아 대량의 로스컷 물량을 토해내며 급락의 주범으로 내몰린 기관 역시 추가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투신권의 삼성전자에 대한 편입비중 확대 이후 기관은 연일 삼성전자 비중을 키우고 있다. 또 오는 11일 7월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매수차익잔고가 지난 2월 말 이래 최저 수준인 5,000억원 대에 불과하다. 지수선물시장에서 여건만 조성되면 기관의 운신 폭이 상당히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기간에 뚜렷한 수급개선을 기대하긴 힘들다. 주식형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증시의 대기자금을 가늠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연중 최저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뉴욕증시의 안정세 확인 여부, D램 가격 반등의 연속성, 환율 동향 등 외부요인과 재료에 따라 수급도 궤적을 같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3개월간의 조정을 거친 상황에서 매매의 양대 축인 외국인과 기관은 대규모 매물을 내놓기보다 시장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증시에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주고 받기식’ 형태가 순환 상승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