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9개월중 최저치로 마감했다. 전날까지 이틀 내리 상승하며 달러매수(롱)심리가 이끈 반등 조정세는 하루새 꺾였고 장중 한동안 지지선으로 강하게 작용했던 1,200원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미국 달러화 약세가 국제 외환시장에서 진정 기미를 띄면서 달러/엔 환율은 120엔대에서 오름세를 유지했으나 달러/원은 자체 요인에 의해 하락했다.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 업체 네고 등 공급 우위의 장세가 환율 하락 추세를 확인시켰다. 달러/엔 환율의 반등 기대감과 1,200원 지지 인식에 기댄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이 서둘러 물량 처분에 나서 급락세를 야기했으며 매수세는 취약했다. 오전중 전윤철 부총리의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에 이어 한국은행도 이에 가세, 역내외 거래자들의 마인드가 하락 쪽으로 기울었다. 시장은 일단 달러/엔 환율의 반등이 여의치 않고 공급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100원대로의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4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7.30원 내린 1,200.5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2월 13일 1,193.80원 이래 최저치를 가리켰다. 장중 고점은 1,204.20원, 저점은 1,198.60원으로 지난 2000년 12월 14일 장중 1,195.00원까지 내려선 이래 최저치이자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환율의 하루변동폭은 5.60원이었다. ◆ 수급불균형 심화, 추가 하락 예상 = 1,200원 지지와 달러/엔 반등에 기댄 달러매수(롱)플레이는 공급우위에 의해 뭉그러졌다. 정부의 구두개입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시중의 달러를 흡수하지 않으면 아래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 1,200원을 장중 무너뜨렸기 때문에 1,180원이 다음 타겟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종가관리 차원에서 일부 국책은행의 매수세가 1,200원대를 회복시켰다"며 "역외펀드가 달러/엔의 상승과 달리 달러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달러매도초과(숏)상태가 많지 않은데다 물량이 공급돼 급락 장세가 연출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주식순매수분이 꽤 많아진 데다 장중 1,200원이 깨진 것을 봤기 때문에 반등은 쉽지 않게 됐다"며 "뉴욕이 휴장이라 내일은 1,295∼1,202원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역외가 NDF정산관련 롤오버성 매수에 나서지 않아 2억달러 가량 매물이 있었고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이었던 탓에 이를 처분하느라 낙폭이 커졌다"며 "업체에서도 물량이 나왔고 아직도 팔 물량이 많이 남아 심리적으로 반등을 원해도 수급상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부터는 당국의 개입의지와 1,200원 방어 여부가 중요하게 인식될 것 같고 내일은 1,196원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만한 물량 흡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외화예금이나 외화보유고 등을 감안하면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덧붙였다. ◆ 당국 하락 용인 시사 = 전윤철 부총리는 이날 아침 '박경재의 SBS전망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환율 문제로 수출을 우려하고 있으나 산업별로 미치는 영향과 강도가 다르다"며 환율의 추가 하락을 용인할 것을 시사했다. 또 한국은행도 이날 하반기 경제전망설명회에서 경기낙관과 함께 환율 하락이 수출에 큰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역내외 거래자들의 달러되팔기(롱스탑)을 유발했다. 환율 급락으로 1,200원이 붕괴되자 재정경제부가 "외환수급상황 등을 감안할 때 최근 원화절상은 지나친 것으로 생각한다"며 "과도한 환율하락이 장기적으로 경상수지 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크게 우려한다"고 언급, 진화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 엔/원 1,000원 하향 = 엔/원 환율이 100엔당 990원대로 하향했다. 지난달 말부터 전날까지 원-엔 비율은 '10 대 1' 이상을 유지했으나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라는 엇갈린 방향성으로 인해 아래쪽으로 밀렸다. 일부에서는 달러/엔이 도쿄장에서만 연일 반등하고 달러/원은 하락하는 것을 감안, 투기세력이 달러/엔을 사고 달러/원을 파는 엔/원 매도거래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전날 뉴욕에서 119.79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전중 하야미 일본은행(BOJ)총재의 엔 강세 저지 발언으로 120엔대로 올라섰다. 오후에 추가로 오름폭을 확대한 달러/엔은 120.44엔까지 올라선 뒤 장 중반이후 오름폭을 축소, 오후 4시 55분 현재 120.23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같은 시각 100엔당 997원선을 선회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이틀만에 주식순매수로 돌아서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269억원, 280억원의 매수우위를 가리켰다. 대규모 순매수로 인해 달러 공급요인이 축적됐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3.80원 낮은 1,204.0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02.50원까지 내려선 뒤 이내 반등, 9시 43분경 이날 고점인 1,204.20원까지 올라섰다. 한동안 1,202∼1,203원을 횡보하던 환율은 매물 부담이 가중되며 1,201원선으로 하향, 11시 20분경 1,201.50원까지 내린 뒤 1,202원을 놓고 공방을 펼치다가 1,201.9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201.8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개장 이후 1,202.00원을 축으로 상하 시소하다가 역외매도 등으로 2시 49분경 1,200.10원까지 미끄러졌다. 그러나 국책은행 등의 매수세와 재경부의 구두개입으로 반등하기도 했던 환율은 3시 12분경 이날 저점인 1,198.60원까지 떨어진 뒤 추가 하락은 제한된 채 주로 1,199원선에서 숨고르기를 했다. 장 막판 매수세가 강화되며 1,200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7,6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7,38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3,000만달러, 3억810만달러가 거래됐다. 5일 기준환율은 1,201.1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