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진입을 계기로 우리 경제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성공적인 개최 여부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월드컵 기간에 나타난 국민통합의 기운과 자신감이 긍정적으로 승화될 경우 유무형의 가치증진이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증시는 그러나 월드컵 이후의 장밋빛 전망에 눈을 돌릴 여지가 없다. 증시는 온 나라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려있는 사이 하락을 거듭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잦아들고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검은 수요일’의 대폭락 이후 국내외 악재가 다소 완화되면서 투매 양상이 진정된 증시는 하방경직성 강화와 상승 분위기 연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뉴욕증시 반등에 대한 신뢰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회복 지연 등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추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뉴욕증시 흐름을 지켜보면서 급락에 따른 가격메리트가 증가하고 있는 낙폭과대 우량주와 내수관련주에 대한 단기 접근 전략이 유효하다. ◆ 펀더멘털 우려 심화 = 미국 금리가 동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를 현 수준인 연 1.75%로 유지키로 했다. 또 현재 경제 악화 가능성과 물가 상승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은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실적 개선이 경기회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컴이 주가조작 혐의로 적발되며 ‘엔론 망령’이 되살아나 투자심리마저 급속히 냉각됐다. 뉴욕증시와 그 영향권 아래 놓은 국내증시가 모두 기술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추세전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뉴욕증시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원스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계문제, 실적문제, 환율문제 등이 얽혀 있는 뉴욕증시의 바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는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는 국내에서도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수출 회복을 발판삼아 종합지수 1,000선을 돌파한다는 전망은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일시적’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이달 수출 증가율은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격한 환율하락, 미국과 중남미 경제 불안에 더불어 월드컵 열기에 따른 생산 감소 등에 따른 것이다. 수출 모멘텀이 지연되는 사이 공백을 메운 소비심리도 한계를 드러낼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부담이다. 한국은행은 2/4분기 향후 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119로 집계, 기준치를 상회했지만 3분기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연구위원은 “하반기 본격적인 수출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승 추세 복귀를 위한 모멘텀 찾기가 쉽지 않다”며 “그나마 뚜렷한 실적을 갖고 있는 내수우량주를 중심으로 단기 대응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수급개선 기대 = 수요일 대폭락의 ‘주범’인 미국발 악재가 뉴욕증시에 흡수된 상황에서 증시를 끌어내린 또 다른 주역인 국내 수급 악화가 어느 정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다. 증시의 대기 자금을 가늠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이나 주식형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이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일시적인 수급악화를 불러온 기관의 로스컷(손절매)이 일단락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것. 기관은 이번주 들어 5,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종합지수 850선 부근에서 매수한 물량이 로스컷 규정에 걸리며 단기 집중 출회돼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 동양투신운용 김희국 운용역은 “투신권에서는 일부 중소형주를 제외하고 지수관련주나 펀드의 로스컷은 유예시키고 있다”며 “6월말 BIS비율을 염두에 둔 은행권의 매물 출회도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몸집이 가벼워진 기관이 분기와 반기 결산을 앞둔 마지막 거래일을 맞아 종가관리성 매수세를 불어넣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장 막판 윈도 드레싱을 위한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내놓은 증시안정 대책도 수급개선을 도울 것이다. 로스컷제도 보완도 담고 있는 정부의 대책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와 공기업 민영화의 탄력적인 조정이 포함됐다. 국민연금 올해 투자 미집행분 6,000억원 조기 투입으로 수요를 높이고 KT민영화, 우리금융상장 등으로 증가된 공급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원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새로울 것이 없어 증시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대책대로 될 경우 투자심리 안정과 수급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실효성과 실천의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