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손실분 69조원을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으로 전가시킨 부실금융기관 및 부실채무기업들에 대한 책임조사는 지루한 시간과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공적자금 회수규모 추정에도 부실금융기관 및 부실채무기업의 대주주를 비롯한 임직원으로부터 회수할 돈은 고작 수백억원이 계상되는데 그친 데서 보여지듯 부실책임조사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 노력은 기대할 게 없는 형편이다. ■부실금융기관 4천288명 대상 손배소송 진행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조사를 실시, 지난 5월말현재 4천288명에 대해 1조1천955억원을 청구액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놓은상태다. 또한 이를 위해 4천417명에 대해 1조1천694억원어치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청구함으로써 소송에 이길 경우 받게 될 채권을 보전하고 있다. 예보의 손배소송은 1심에서 76%의 승소율을 보이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재판을 통해 회수할 공적자금은 몇천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를 벌여 임직원 2천883명에 대해 문책 등의 신분상 조치를 내리고 1천278명을 사법당국에 수사의뢰 및 고발 등 형사상의 조치를 취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들 금융기관은 ▲명예퇴직금 과다지급 ▲퇴직금 누진제 미개선 ▲퇴직 임직원 재고용 ▲과도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원) 부여 ▲임원보수 과다 인상 등의 방만한 운용을 일삼아왔다. ■부실기업 책임조사는 겨우 시작 금융기관을 부실에 빠뜨려 공적자금을 집어넣게 만든 일차적인 책임주체인 부실채무기업들에 대한 조사는 부실금융기관 조사보다 훨씬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그 규모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관련서류가 없어지고 담당자가 퇴직하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입증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일조차 난관에 부닥치기 일쑤다. 다만 작년 12월 검찰.경찰.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예보의 전문조사인력 등이 두루 참여한 예보의 부실채무기업 특별조사단이 뒤늦게 구성된 후에는 속도를 내고있다. 지금까지 대우.고합.진도.보성.SKM.대농.미도파 등에 대한 조사가 완료됐고 극동건설.나산.진로 등은 조사가 진행중이다. 이들 대주주와 임직원은 ▲분식회계를 통한 금융기관 대출 또는 회사채 발행 ▲부실계열사에 대한 부당자금 지원 ▲대주주 일가에 부당이익 제공 또는 가지급금 및회사예금 담보대출 등을 이용한 회사자금 유용 ▲위조서류를 이용한 무역금융 사기등을 통해 회사부실을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기업에 대한 조사에서 부실책임 금액이 각각 수천억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주주의 은닉재산은 수십억원을 찾아내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부실기업들이 대주주가 바뀌고 워크아웃 등의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명분을 내걸고 부실책임조사에 반발하고 있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