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리와 스캔들이 워낙 많이 터지다 보니 복마전같은 인상을 줍니다"(M모 외국계 증권사 임원). "실적이 안나는 종목들이 수북히 쌓여있어 "정크본드"시장을 연상시킵니다"(K증권사 애널리스트). "기업 안전성에 대한 검증없이 너무 많이 들어온게 시장의 질을 악화시킨 주범입니다"(S증권 IPO팀장).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사실상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 데 대해 낮은 신뢰도 때문에 빚어진 예견된 결과라며 하나같이 부정적인 진단을 내리고 있다. 동신에스엔티 한빛전자통신 넥스텔 등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벤처비리와 주가 조작사건을 바라보며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시장에 발을 담그기가 무섭다"고 외면하고 있다. 엄격한 퇴출 시스템 가동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벤처기업의 '꿈의 무대'는커녕 정상적인 증시역할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진입만 있고 퇴출은 없다='1백71 대 9'.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새로 들어온 기업과 퇴출된 기업수의 비율이다. 신규 등록기업이 코스닥을 떠난 업체의 무려 19배에 달한다. 물론 퇴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도가 나거나 자본전액잠식 또는 감사의견이 한정 이하면 바로 퇴출이다. 주가가 액면가의 20% 아래에서 일정기간 계속돼도 시장에서 쫓겨난다. 문제는 현재 퇴출요건이 너무 극한적인 상황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시장 건전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 들어 퇴출된 기업은 25일 현재 7개 뿐이다. 그나마 거래소로 이전한 기업을 빼면 5개에 불과하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지난해 7백70개 업체가 시장을 떠난 데 반해 새로 진입한 기업은 1백45개에 그쳤다. 99년과 2000년에도 퇴출기업이 훨씬 더 많았다. 비결은 활발한 인수합병(M&A)에 있다. 나스닥은 최근 3년간 M&A를 통해 상장 취소된 기업이 전체의 39.9%(9백36개사)나 된다. 순자산가치 등 재무요건과 주가가 일정기준에 달하지 못해 퇴출된 기업도 28.8%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주식 맞교환 허용,세제지원 등을 통한 M&A 활성화만이 코스닥이 살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등돌린 시장=지난해 말 등록된 에이디칩스는 지난 1월 말 3%대에 불과하던 외국인 지분율이 불과 1주일 만에 13%대로 급등했다. 주가도 10일 이상 연속 상한가를 쳤다. 그러나 외국인은 불과 2개월도 안돼 주식을 모두 팔아버렸다. 뒤늦에 따라 들어온 개인투자자만 주가상승의 들러리를 선 셈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에 들어오는 외국인이 단타를 일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언제 갑자기 게이트가 터져 시장 전체가 급락할지 모르니 실익을 빨리 챙기고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코스닥이 국제 증시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도 기관과 외국인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코스닥 종목에 투자할 때는 자체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코스닥에 잘못 투자했다가 손실을 볼 경우 문책을 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