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바닥은 어디인가. 주가가 5주 연속 하락하자 약세장의 단골손님이던 '바닥론'마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주 초반 잠시 주가가 오르며 '바닥론'이 지펴지는 듯 했으나 증시가 폭락하자 다시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월가 전략가들은 "지금은 어디에서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6개월이나 1년 뒤에는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식을 사야 하는 거의 유일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증시 주변엔 악재 투성이다.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으로 기대됐던 기업수익도 예상보다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술주들은 내년까지 신통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시에 관한 발언이 거의 없는 부시 대통령까지 '불신의 그늘이 증시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기업들의 분식회계 의혹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고 있다. 유로화에 비해 2년만의 최저치를 찍을 정도로 약세인 달러화도 증시에 부담을 준다. 달러약세 기조가 이어지면 달러표시 자산인 미국 증권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므로 이보다 먼저 주식을 팔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연일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지역이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키고 있다. 테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탓이다. 이미 미국에는 다음주로 다가온 독립기념일(7월4일)에 테러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경고를 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악재들이 주가를 지난해 9·11테러 직후 최악의 상황보다 더 떨어뜨려 놓았다. 지난주 다우지수는 2.3% 하락한 9,253.79로 9,300선마저 힘없이 무너졌다. 나스닥은 4.2% 떨어진 1,440.9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21일(1,423.19)이후 최저치다. S&P500도 1.8% 줄어든 989.14로 9·11테러 이후 처음으로 1,000선 아래로 밀렸다. 연초대비 하락률은 다우 7.7%, S&P 14%,나스닥 26%로 확대됐다. 주가가 상반기중 이 정도로 하락(S&P기준)한 것은 지난 70년 이후 처음.올해 주가가 플러스로 돌아서지 못하면 지난 41년 대공황 이후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상승률이란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하반기의 기업수익 증가세가 구체화될 경우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가에선 3분기에는 전년대비 26.5%,4분기에는 39.2%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수익이 매우 부진했기때문에 상승률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25,26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금리조정회의에서 금리를 내리지는 않더라도 돈을 푸는 쪽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 더이상의 주가 급락을 막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주 증시는 거의 전업종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권회사들의 수익경고가 쏟아진 기술주 대표주자 IBM과 인텔이 급락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IBM은 주당 68.75달러로 올들어 무려 43%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다우 30개 종목중 AT&T(46%)에 이은 두번째 하락률이다. 제약업종도 지난주말 분식회계 의혹이 터진 머크가 주당 49.98달러로 4년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지는 등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