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는 국내 대표적 스포츠 브랜드인 프로스펙스를 보유한 국제상사를 인수함으로써 종합패션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랜드는 월드컵 붐을 타고 스포츠 비즈니스가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프로스펙스를 세계적 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국제상사의 부채를 조기에 상환하고 채권단과 협의해 법정관리 조기졸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 브랜드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상사 인수를 결정했다"며 "국제상사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사업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지난해 전 계열사가 흑자를 낼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했으며 매출 8천6백억원과 영업이익 1천1백억원, 순이익 7백4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번에 국제상사를 인수하는 자금도 사내유보금으로 조달할 정도로 자금력은 탄탄하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랜드는 지난 80년 신촌 이화여대 앞에서 '잉글런드'라는 2평의 옷가게로 출발했다. 86년 법인으로 등록했으며 이후 15년만에 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매출 8천억원이 넘는 그룹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98년에는 외환위기로 3천6백명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부도위기까지 몰렸으나 외자유치 및 구조조정에 힘입어 회생에 성공했다. 이랜드로 넘어가는 국제상사는 지난 1949년 설립된 이후 한국 신발산업을 주도하며 80년대엔 재계 6∼7위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신발은 한국의 수출 효자품목이었다.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81년 프로스펙스라는 브랜드를 개발하면서 종합 스포츠업체로 부상했다. 승승장구하던 국제상사는 5공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련기를 맞았다. '부실기업 정리'를 내걸고 재계를 손보던 정권에 걸려든 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85년2월 국제그룹을 공중분해했다. 한일합섬을 모체로 한 한일그룹은 국제상사를 인수하면서 재계 5위까지 올랐다. 국제 인수에는 특혜설이 계속 따라붙었다. 그러나 국제상사는 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 때문에 한일그룹도 흔들어 놓았다. 신발산업은 대규모 생산시설에서 주로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수출하는 업종이라는게 문제였다. 해외 원청업체들이 공장을 놀릴 수 없는 약점을 이용해 단가를 마음대로 주물렀다. 채산성이 없자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 등지로 이전하면서 신발산업은 사양산업으로 취급받았고 국제상사는 더욱 힘을 잃었다. 김대중 정부는 98년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외환위기로 부실한 기업들을 털어내 경제의 기반을 다지겠다는게 정부의 의지였다. 국제상사는 또 다시 비운을 맞았다. 퇴출대상에 한일그룹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상사는 98년 9월1일 1백96억원의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됐다. 김태완.고경봉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