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하락 출발 후 보합권으로 복귀해 마감했다. 채권 시장은 미국 금리 움직임과 국내 주가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표금리는 미국 재무부채권 급락과 장중 국내 주가 하락으로 5.80%대 초반까지 하락했지만 오후장 들어 주식시장이 반등하자 보합권으로 낙폭을 좁혔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물가 상승을 대비해 선제적 금리 정책을 펴겠다고 지난 17일 말한 내용이 이날 한 경제지에 실렸지만 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또 한국은행이 부족한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했지만 역시 주식시장 움직임에 가려 금리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 금리, 급락후 낙폭 축소 = 20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2002-4호 수익률은 전날과 같은 5.89%로 마감했다. 장 초반 5.84%로 급락한 뒤 오전중 횡보했다. 금리 하락폭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오후 들어 주가가 반등하자 금리도 급하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5년 만기 국고 2002-5호 수익률도 급락 출발한 후 상승 전환해 전날보다 0.01%포인트 오른 6.30%로 마감했다. 통안채 2년물 금리는 전날과 같은 5.89%를 기록, 여전히 국고 3년물 금리와 차이가 없었다. 통안채 1년물 금리는 5.37%로 전날과 변함 없었다. 회사채 금리도 보합세로 마감했다. 3년 만기 무보증회사채 가운데 AA-등급 수익률은 6.72%를, BBB- 등급 수익률은 10.66%를 각각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급등 후 하락 반전했다. 9월물은 0.10포인트 하락한 104.93으로 거래를 마쳤다. 105.14로 상승해 출발한 뒤 한때 105.28까지 치솟았으나 반락했다. 거래량은 5만546계약으로 전날 4만3274계약보다 다소 늘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증권사가 1,425계약, 개인이 769계약 순매도했다. 반면 은행은 1,546계약, 투신사는 617계약 순매수했다. 한편 이날 3년물 금리스왑레이트(offer-bid 중간값)가 한때 5.83%까지 하락, 국고 3년 2002-4호 수익률 밑으로 내려갔으나 장 막판 5.92%로 상승, 국고 금리 위로 올라왔다. 2년물과 1년물 금리스왑레이트는 각각 5.71%, 5.23%를 기록, 여전히 현물 통안채 2년물과 1년물 금리보다 크게 낮았다. ◆ 통안창판, 한국은행 코멘트 주시 = 당분간 미국 시장 금리 움직임과 주식시장 등락이 금리 움직임을 좌우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금리 하락에 대한 한국은행의 태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한 경제지와의 회견에서 "통화 과잉 등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 통화신용정책을 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으로선 당장 물가 걱정이 없지만 하반이와 내년에는 4% 이상의 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는 7월에 콜금리가 당장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구용욱 연구위원은 "미국발 악재로 연구기관들이 국내 경기 전망이 '급한 회복'에서 '완만한 회복'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은행도 현재의 경기 부양 정책을 일찍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의 콜금리 추가 인상은 이르면 8월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때 못할 경우 9월에는 추석 자금 수요가 크기 때문에 10월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21일 한국은행이 통안채 창구판매를 통해 시장에 어떤 신호를 보낼지가 관심사다. 한국은행이 단기자금과 장기자금 사정이 크게 차이 나는 상황에서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지난 18일 장중 금리 급락에 우려를 표했던 한국은행이 금리가 닷새째 하락하는 상황을 좌시하지만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부에서는 금리가 하락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단기 시중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통안채 창판 물량을 과다하게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시중 단기자금이 넉넉치 않은 상황을 반영, 환매조건부채권(RP) 2일물 매입을 통해 7조원을 지원했다. 이날 콜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나 오른 4.35%를 기록, 한국은행의 목표치 4.25%를 큰 폭 상회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단기적으로 어떤 시그널을 제시하든 금리 움직임의 큰 그림은 미국 시장 금리 움직임과 주가 움직임에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화 없다. 삼성선물의 이기만 과장은 "국내에서 강력한 경제지표 모멘텀이 형성되지 않는 한 국내외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동조화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