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발 악재로 폭락장을 연출했다. 미국 기술주들의 비관적인 실적전망 등이 주 요인이었다. 1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이상 폭락, 770선으로 주저 앉았다. 월드컵 열기로 거리가 붉은색 물결로 넘쳐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시세판은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어 거래소 시장의 하락 종목수가 7백59개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의 상황이 더욱 심각해 등록 종목수의 12.3%인 1백15개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9.11 테러 사태 직후에 버금가는 투매 현상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시장기반이 취약하지만 일시적 악재에 대한 시장의 과민반응으로 폭락장세는 곧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미국발 한파 이날 폭락장의 직접원인은 외국인 매도세. 외국인들은 미국 법무부가 D램 가격 담합의혹과 관련,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매도세로 돌변했다. 특히 하루 가격제한폭이 70포인트인 미국 나스닥선물지수가 40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도 한 요인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태우 팀장은 "미국 증시가 회계 불투명, 추가 테러위험, 기업실적 부진등이 복합작용해 맥을 못추고 있다"며 "이날 나스닥 선물이 큰폭으로 떨어진 것도 향후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매판매및 소비자신뢰지수를 보면 미국의 소비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기조가 2∼3개월 지속될 경우 '더블딥(이중경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추락하는 코스닥 지난해 9.11 테러 직후의 '폭락장'이 연상되는 등 공포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민반응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코스닥시장이 독립성을 잃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K증권 김대중 투자정보팀장은 "현재 위축된 투자심리를 감안할때 다음 지지선을 60선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반전등 상승모멘텀이 나타날때까지는 보합 수준의 횡보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전망 및 전략 국내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경기회복 추세를 볼때 상승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에 비춰볼 때 종합주가지수가 800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과매도 국면으로 보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KGI증권 윤세욱 이사는 "반도체 가격 추세 등을 볼 때 8월말까지는 상승 모멘텀을 발견하기 힘들다"며 "당분간 760∼830의 박스권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 장의 주도권은 외국인에게 넘어간 상태"라며 "미국 증시 흐름과 함께 국내시장의 수급 공백이 어떻게 메워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