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장중 1,230원이 붕괴되는 등 사흘만에 하락했다. 지난주 후반 1,230원대 안착했던 흐름이 순식간에 뒤집어진 셈이다. 지난 금요일 종가대비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혼조세를 보였던 환율은 장 막판 급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매물 공급으로 인해 들고 있던 물량이 한꺼번에 처분됐다. 시장은 일단 반등세가 꺾어졌다는 인식으로 돌아섰다. 수요를 당길 수 있는 요인이 등장하기까지 1,240원대는 다시 멀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시중 포지션은 자주 엇갈린 모습을 드러냈으며 파악이 쉽지 않았다. 오전중 증권사 지분 매각대금(3억달러)과 관련한 역송금수요 루머가 수요를 자극, 달러매수(롱)플레이가 득세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업체 네고물량과 지난주 외국인 주식순매수 자금이 공급돼 장 막판 하락을 부추겼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6.00원 내린 1,230.1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41.00원으로 지난 5월 29일 장중 1,243원까지 올라선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자 월중 최고치였으며 저점은 1,229.50원을 기록했다. 환율 하루변동폭이 11.50원에 달해 이달중 가장 큰 수준을 가리켰다. 지난주 후반부터 형성된 수요우위의 장세가 개장초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1,240원대 진입이 가시화되기도 했으나 달러/엔 반락과 네고물량 공급은 차츰 하락 압박을 가했다. 역외세력은 오전중 매수 움직임에서 매도로 돌아섰다. ◆ 1,230대 안착여부 재 테스트 = 한동안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던 1,230원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다시 헝클어졌다. 증권사 매각과 관련한 수요요인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달러매수초과(롱)상태가 여전해 다시 1,230원대 안착 여부를 테스트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매수(롱)플레이 하다가 크게 엎어졌다"며 "시장물량이 부족한 듯 보였으나 이월부터 달러매수초과(롱)상태였던 것 같고 결정적으로 물량 처분이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단 상승세가 꺽인 상태에서 뉴욕에서 124엔 지지여부에 따라 내일 1,230원을 전후한 움직임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일본이나 한국 정부에서 쉽게 아래쪽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1,230원이 지지되는 쪽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증권사 매각관련 수요가 아직 확정이 안 됐으나 살 가능성이 90%를 넘고 3억이 한꺼번에 나올 지 1억씩 나눠 나올 지는 미지수"라며 "위에서부터 1,235원까지 네고물량이 꾸준히 나왔고 한 외국계은행에서 장 막판 외국인 주식자금을 출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에 1억5,000만∼2억달러에 달하는 대기매물이 있어 본격적인 매수세가 나올 때까지 상승이 힘든 그림"이라며 "내일은 증권사 매각대금관련 수요여부와 규모에 따라 1,225∼1,235원 범위에서 움직임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엔/원 환율 990원대 안착 = 지난주 말 뉴욕에서 부정적인 미국 경제지표 등으로 124.15엔으로 내려선 달러/엔 환율은 이날 124.40엔대까지 반등한 뒤 차츰 되밀리며 124엔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원 환율은 오전중 한때 100엔당 1,000원을 위협할 듯한 기세를 보인 뒤 되밀려 99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40억원의 주식순매수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47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2.10원 낮은 1,234.00원에 한 주를 연 환율은 이내 차츰 반등, 상승 반전한 뒤 10시 16분경 이날 고점인 1,241.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환율은 물량 공급 등으로 서서히 오름폭을 축소, 11시 49분경 1,236.30원까지 내려선 뒤 1,236.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낮은 1,236.3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이내 하락 반전, 1시 32분경 1,235.00원까지 내려선 뒤 1,235원선의 약보합권에서 한동안 맴돌았다. 그러나 저가매수세와 달러되사기(숏커버) 유입으로 환율은 2시 41분경 1,238.00원까지 되오른 뒤 매물부담으로 반락, 1,236원선의 강보합권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이후 달러/엔이 124엔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다다르자 환율은 4시 이후 하락 반전, 속절없이 급락하며 24분경 1,229.50원까지 저점을 낮춘 뒤 1,230원대로 소폭 반등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7,5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9,05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500만달러, 4억7,440만달러가 거래됐다. 18일 기준환율은 1,236.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