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금융권별로 자금이동 상황을 보면 은행, 특히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만기 1년 이상인 예금을 중심으로 정기예금 수신증가액이 4조7천억원에 달했다. 이달들어서도 이같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단기 상품인 요구불예금에서는 지난 한달간 1조3천억원이 이탈된데 이어 이달들어 8일 현재 2천5백억원이 빠져나갔다. 그만큼 은행쪽으로 중장기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은 연 5% 안팎의 저리자금을 재원으로 평균 8% 이상의 대출을 운영해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달들어 민간대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점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또 은행의 적극적인 대출확대에 힘입어 기업 자금사정도 그 어느 때보다도 원활한 상태다. 대기업은 올 하반기 금리인상에 대비, 대출보다는 자금조달 코스트가 낮고 장기자금 확보가 용이한 회사채 발행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기업은 3월 이후 매월 평균 4조5천억원씩 은행대출을 받았다. 회사채 시장의 경우 지난달에는 1조4천억원 정도가 순발행됐으나 이달 들어서는 상환물량이 늘고 있어 순상환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들어 11일 현재 회사채 발행량은 1조1천9백억원인 반면 상환물량은 1조4천5백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우리 경기가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고 지방선거와 월드컵 이후 인플레 등 후유증을 감안,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투신권에서는 최근 한달여 동안 머니마켓펀드(MMF)와 혼합형 펀드쪽으로 자금이 많이 몰렸으나 최근들어 부분적이나마 채권형 혼합펀드쪽으로도 소액자금이 분산돼 들어오는 것이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채권형 혼합펀드는 6천억원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투신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주를 고비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증시를 짓눌려왔던 트리플 위칭데이가 무사히 마무리된 데다 한미 증시간의 차별성,펀더멘털한 측면에서의 건전성을 들어 국내증시에는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1천2백30원대 안팎으로 지난주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1백24~1백25엔대에서 정착되는 분위기가 강하고 그동안 원화 환율급락에 따라 수출업체들의 피해가 속속 나타남에 따라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의지가 시장에 강하게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변동 폭은 그날 그날 뉴스에 따라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