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의 날개가 부러졌다. 미국과 유럽 남미주가는 작년 "9.11테러주가"근처까지 내려가 있다. 이와관련,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미국및 유럽증시가 레드카드를 받는 삽화까지 넣어가며 "세계증시가 그로기 상태"라고 보도했다. ◆추락하는 주가=연초 1,980선으로 시작한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 14일 현재 1,500선으로 떨어졌다. 올들어 낙폭이 25%로 주요 증시 중 최대다. 이는 세계 증시가 첨단 기술주 중심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전통 우량주는 낙폭이 작다. 연초 10,070선이던 다우지수는 현재 9,400선으로 6% 하락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을 토대로 증시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 비하면 세계 증시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대로 붕괴 상태라고 할 만하다. 미 경기지표 둔화,미 기업실적 둔화 및 부실회계,중동 및 인도·파키스탄분쟁 격화 등이 미 증시침체 요인이다. 미 증시침체로 유럽 주가도 급락 물살을 타고 있다. 영국 FTSE100지수는 침체와 회복의 분기점인 5,000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연초 대비 하락률이 15%에 달한다.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비슷한 낙폭을 보이고 있다. 경기 바닥 탈출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던 일본 증시도 미 주가 하락세에 눌려 내림세로 반전됐다. 연초 1만엔대에서 출발,한때 1만2천엔선을 넘어서기도 했던 닛케이평균주가는 지금 다시 1만엔대로 밀려나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증시 역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경제위기설이 난무하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 남미 증시도 침체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름은 지나야 살아날 듯=당분간 세계 증시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미 경기지표들이 대부분 경제회복 둔화를 가리키고 있고 기업들의 조기 실적호전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 경제가 본격 회복되지 않는 한 세계증시 상승은 힘들다. 메릴린치증권의 브루스 스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려해온 부정적인 경제지표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증시의 조기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S&P의 마크 아베트 수석 애널리스트도 "시장이 지난해 9월의 저점 근처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투자심리가 당장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기업들의 재고가 계속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 가을부터는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증시도 살아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또 가을쯤이면 증시 침체의 주요인 중 하나인 기업회계부실 문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올 가을 증시회복 전망의 근거다. 미국 증시가 살아나면 세계 증시의 부러진 날개도 아물게 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