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지수선물, 지수옵션, 종목옵션이 동시 만기일(트리플위칭데이)에 출회된 대량의 프로그램 매물을 무난히 소화하면서 수급 개선 기대감이 크게 강화됐다. 또 종합주가지수 800선 저점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 형성됐다. 차별화 논리가 확산, 뉴욕증시 급락 등 해외 악재에도 꿈쩍하지 않는 내성이 길러지고 있는 점도 밑변 다지기를 도왔다. 프로그램 매매 영향권에서 홀가분해진 증시는 고점 높이기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만큼 추세를 형성하기보다는 수급과 심리에 따른 등락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중순 이래 두 달 동안 진행된 조정의 마무리 국면에 대비하면서 조정 시 매수 전략을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또 수급장세가 2/4분기 실적장세로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관련주에 관심을 놓지 말아야겠다. ◆ 수급개선 기대감, 현실로 = 증시의 한 관계자는 트리플위칭데이를 마치고 “윈-윈 게임이 전개됐다”고 표현했다. 종합지수가 매수차익잔고를 소화하면서도 820선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이었기 때문이다. 만기일 대규모 매물 출회로 매수차익잔고가 지난 2월 중순 이래 최소인 5,000억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주 수요일 1조200억원에서 일주일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시장베이시스가 만기를 앞두고 백워데이션을 가리키는 등 충분한 청산 기회가 있었지만 남은 분량이라는 점에서 장기증권저축 등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만기일 이후에도 정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는 얘기다. 오히려 지수선물 9월물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14일 코스피지수산출방식 변경과 종목 개편 등을 감안할 때 기관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른 강한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 프로그램이 적극적이라면 국민연금은 소극적인 차원에서 수급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비록 올해 투자자금 중 1,200억원 가량만 남았지만 하락 시마다 지수 방어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우호적이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경제연구소 임세찬 분석역은 “‘적군’에서 ‘아군’으로 변한 프로그램 상황을 고려해 우량주에 관심을 두는 한편 현대백화점, 한국제지, 한진해운 등 2/4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 양호할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 비중을 확대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 불확실성 제거 = 트리플위칭데이를 맞은 매수차익잔고 청산 물량은 예상 범의를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다. 증시는 그러나 6,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 물량을 거뜬히 받아냈다. 최근 증시를 짓눌러온 프로그램 매물 부담에서 해방되고 더 나아가 트리플위칭데이가 변곡점으로 작용하리라는 기대감이 저가 매수세를 불러냈다. 또 조정국면에서도 탄탄하게 지켜낸 종합지수 800선과 코스닥지수 70선을 저점으로 삼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급락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분석팀장은 “만기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과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기대가 겹쳐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호전됐다”며 “고점 대비 1/3수준에서의 반등에 의미를 둘 때 추가 상승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도 결과에 관계없이 증시 주변 여건의 우호적인 변화로 꼽히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증권은 지난 92년 이후 선거 이후의 외국인 매매 패턴을 분석한 결과 큰 폭의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선거나 지방 선거 이후 정부정책의 불투명성이 감소함에 따라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향상돼 긍정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