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와 법원파산부 둘다 재상장 주식의 시초가격 산정방식을 고쳐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본 것은 현행 산정방식의 문제점으로 인해 구조조정 시장이 과열돼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 주식시장부 관계자는 "감자뒤 재상장되는 기업의 주가는 상장되기 무섭게 연일 기세 하한가를 기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 과정에서 CRC(기업구조조정회사)들만 폭리를 챙기고 재상장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개미투자자들이 상투를 잡게 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증권거래소는 세부방침을 확정한 상태이고 서울지법 파산부도 증권거래법 전문 변호사와 관련 교수 등의 자문을 받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상태다. ◆ 무엇이 문제인가 가령 법정관리기업 A사가 CRC에 매각돼 20 대 1의 감자를 하게 됐다고 보자. 거래정지일에 A회사 주가가 1천원(액면가 5천원)이라면 현행 세칙에 따를 경우 재상장 시초가는 2만원이 된다. 감자비율(20)을 거래정지일 주가(1천원)에 기계적으로 곱한 가격. 이 방식에선 해당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무시되는 셈이다. 문제는 감자와 함께 액면가로 증자에 참여하는 CRC의 지분가치는 덩달아 '뻥튀기'된다는 것. 물론 감자뒤 새롭게 출자를 받은 회사는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CRC 등의 액면가 지분인수도 소위 '망한' 법정관리기업을 인수하게 하는 유인책으로 나름대로 합리적이다. 그러나 CRC가 확보하는 액면가와 재상장주식가격(시초가)이 수십배까지 차이가 나는 등 기업가치가 이상 고평가된다는게 거래소의 판단이다. 실제 그동안 상당수 CRC들이 재상장주식이 일시적으로 고평가되는 시기에 액면가로 받았던 보유지분을 팔아 단기간에 많게는 수십배씩 차익을 챙길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CRC에 투기성자금이 몰릴 수 밖에 없었다. 경영정상화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이 CRC의 매물출회로 큰 손실을 보는 사례도 속출했다. 반면 개정안은 동시호가제를 도입, 거래 재개 첫날 곧바로 적정주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 ◆ 구조조정시장에 미치는 영향 파산부는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CRC 등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M&A 준칙을 마련, CRC 등이 인수한 주식의 50%는 원칙적으로 1년간 매각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CRC 등이 매각이 허용된 주식의 일부만 장.내외에 매각해서 투기적인 차익을 챙기는 허점이 속속 드러났다. 앞으로 증권거래소 세칙이 개정돼 재상장 시초가가 시장의 적정가격에 가까워지게 되면 CRC 등의 매각차익이 대폭 줄어들 것은 자명해진다. 이렇게 될 경우 CRC의 투자 메리트가 줄어들어 기업구조조정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단기차익보다는 법정관리기업의 경영을 장기간에 걸쳐 정상화시킨 다음 적정한 수익을 회수하는 건전한 CRC 투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