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잔인한 4월과 비참한 5월 두 달을 연속 음봉으로 남겼다. 심리적 지지선인 종합지수 800과 코스닥 70이 무너져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양봉을 기록한 이후 비교적 큰 조정을 거친 셈이다. 미국 시장과의 동조화 심화속에 프로그램 매수의 효과도 반감돼 향후 추가 조정에 대비해야 할 분위기다. 매수차익 잔고가 1조원을 상회하고 있어 다음달 선물옵션 만기까지 추가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환율하락세 지속 등 주변 여건 악화로 보수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한켠에서는 국내 경기의 견조함을 감안해 향후 추가 하락시마다 순차적 매수 대응을 권하고 있다. 6월 중순부터 미국 업체의 2/4분기 실적 예고가 진행되면서 시장은 중기적 방향을 본격적으로 잡아 나갈 전망이다. ◆ 외국인 매도 지속, 기관 매수력 소진 우려 = 5월 마지막날 종합지수는 사흘째 내려 796.40으로 추락하면서 지난 2월 25일 791.48이래 석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5개월만에 70선이 붕괴되며 이틀째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하락종목이 1,000여개에 달한 가운데 삼성전자, SK텔레콤, 국민은행, KT, LG전자, 신한지주, 삼성전기 등은 대형주가 대부분 크게 내렸다.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현물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IT주를 중심으로 7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충격을 가했다. 외국인 매도는 더블딥 우려 등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미국 증시로의 해외자금 유입 둔화, 그리고 분식회계 및 추가테러 가능성 등에 따른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전날 나스닥지수가 반등했지만 폭이 미미해 억눌린 투자심리를 돌려놓지 못한 가운데 이 같은 외국인 매도는 수급악화 부담을 가중시켜 저가매수를 제한한 모양이 됐다. 한편 기관은 소규모 프로그램 매수에 그쳐 지수방어에 실패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3일 804선 테스트 시점에서 외국인 매도에 대항, 하반기로 배정됐던 연기금을 미리 끌어쓰며 지수 끌어올린 혁혁한 전공을 세웠지만 시장 여건 변화와 자체 매수력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규모가 만만치 않고 증시 자금 유입속도도 급격히 둔화돼 매수력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이 전저점이었던 804선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증시자금 유입 강도가 약화됐고 자체 저가매수 목표 지수대도 하향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깨 하이닉스 채권단의 전환사채,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 우리금융의 공모 청약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수급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 750선 감안한 대응 = 시장관계자들은 800선이 무너져 향후 750선 전후에서의 지지를 탐색하면서 보수적인 대응과 저가매수 탐색간에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서 시장이 빠져 더 부담스럽게 됐다”며 “특히 외국인이 한동안 관망세를 보이다 IT주를 중심으로 다시 매도를 재개한 것과 달러화 약세 기조화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선물 옵션 만기일까지 7일정도 남았지만 코스피 개편에 따라 프로그램 잔고 청산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750선을 지지선으로 잡고 조심스런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중기추세의 1/3 조정지수대인 760~780 밴드에서의 지지를 예상하지만 국내의 수급문제가 우선 해결되야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며 “기관매수세가 관건이지만 미국 시장 약세를 감안할 때 당분간 지켜볼 수 밖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현 지수대에서 급락 가능성이 적고 만약 선물옵션 만기일까지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급격히 출회될 경우 저가시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증권 유욱제 수석연구원은 “현재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1조여원중에서 4,000억원 정도는 비차익 등으로 전환해 급매물화는 면한 것으로 보인다”며 “선물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으로 갈 경우 나머지 물량이 매물화되겠지만 오히려 선물옵션 마감일 전에 대부분이 청산될 경우 만기에는 매수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연구원은 “미국 시장 불확실성속에 외국인 매매가 시장을 좌우하고 있지만 국내 경기는 비교적 낫다는 점에서 지수가 빠지더라도 반등을 목전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800선 밑에서는 점진적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함성식 책임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프로그램이 최근 많이 출회되면서 급매물은 거의 소화된 것으로 보는 쪽도 있어 지수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라며 “800선 아래에서는 업종대표주 위주로 사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