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개월여간 조정국면을 거친 종합주가지수가 31일 심리적 지지선인 800선 밑으로 붕괴됐다. 특히 대세흐름을 보여주는 장기 추세선인 1백20일 이동평균선마저 무너져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지수는 70선 밑으로 하락,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 쳤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수급악화, 가파른 환율하락속도, 미국 증시 불안감 등이 주가 급락을 불러온 주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 증시 회복세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조정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경기 상승세 지속, 기업의 실적 호조세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대세상승의 기조는 퇴색되지 않았다는 기대어린 관측도 나온다. ◆ 왜 급락했나 =환율하락세, 미 증시불안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수급구조마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우선 트리플 위칭데이(6월12일:선물.옵션.개별주식옵션 동시 만기일)를 앞두고 1조원규모의 프로그램매수 잔고가 매물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예탁금과 주식형펀드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임종헌 선에셋투자자문 이사는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이틀째 '팔자'에 나서자 증시가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하락세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던 삼성전자 SK텔레콤 국민은행 LG전자 삼성전기 신세계 등 핵심 블루칩이 주도했다. 주가가 고점에 비해 22∼30%이상 하락하자 추가손실을 막으려는 기관들의 로스컷(loss cut:손절매)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심리적인 지지선인 800선이 무너지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투매물량까지 가세했다"고 진단했다. ◆ 더 떨어질까 =트리플 위칭데이까지는 지지부진한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지지선이 차례로 무너진 만큼 이번 상승폭의 3분의 1 수준인 770선까지 추가적인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1백20일선이 무너져 대세상승이 꺾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산업생산 수출동향 기업실적호조세 등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에는 이상조짐을 발견하기 힘들다"면서 "1백20일선 붕괴는 일시적인 투매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향후 전망 =조정국면이 좀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오는 12일을 고비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장인환 사장은 "트리플 위칭데이에 따른 매물부담이 이미 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오는 12일을 전후로 급반등하는 장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충분한 조정을 거친 만큼 6월중 900선 돌파국면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김지영 팀장은 "1개월 이상 지속된 박스권을 하향돌파한 만큼 그동안 횡보 과정에서 발생한 누적매물이 상승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는 "국내 증시 상승의 전제조건인 미 증시의 상승세를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기간조정이 좀더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