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달러/엔과 동조하며 다시 17개월 최저치 행진에 나섰다. 지난 이틀간 급등락 이후 조심스런 거래를 보였으나 장 막판 업체 네고와 달러/엔 환율의 하락이 맞물리자 낙폭을 커졌다. 정부의 개입 경계감과 월말을 맞은 매물 부담이 상충된 가운데 최근 잠잠하던 달러/엔이 돌발변수로 작용한 셈이다. 정부 개입경계감이 증폭될 만한 레벨로 내려와 추격매도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월말에 따른 업체 네고물량 공급규모와 달러/엔 동향에 따라 전 저점(1,225.50원) 테스트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80원 내린 1,229.50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1,220원대에 착륙했으며 지난 2000년 12월 20일 1,217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 장중 고점은 1,236.40원이었으며 저점은 1,229.00원을 기록, 장중 진폭은 앞선 이틀에 비해 축소된 7.40원을 가리켰다. 이날 환율은 지난 이틀간 10원 이상의 급등락에 따른 살얼음판 장세를 보였다. 국책은행 등지에서 지지성 매수세를 여전히 잇고 정부 개입 경계감으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월말을 앞둔 업체 네고물량의 공급과 달러/엔 하락이 달러매수초과(롱)상태의 처분을 유도했다. 역외세력은 이날 중립적인 자세로 앞선 이틀간의 매수세에서 탈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171억원, 83억원의 주식순매도했으나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달러/엔은 장중 124엔대에서 소폭 움직임을 보이다가 일본 정부의 개입 경계감을 뚫고 한때 123.90엔까지 내려섰다가 오후 5시 5분 현재 124.05엔을 기록중이다. ◆ 전 저점 테스트 여지 = 지지선으로 인식되던 1,230원이 뚫림에 따라 전 저점이 위협받을 여지가 커졌다. 반면 정부 개입 여부와 강도에 대한 부담감도 증폭돼 월말 네고와의 격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개입경계감으로 못 밀리고 반등하며 달러매수(롱)플레이가 한동안 이뤄졌으나 1,235원 위에서부터 업체 물량이 가중됐다"며 "달러/엔도 빠지면서 달러되팔기(롱스탑)이 강화돼 1,230원이 깨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내일은 월말이라 네고규모와 주식자금 영향, 미국 달러화의 향방 등이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달러/엔이 개입 레벨까지 다다랐으나 개입이 나오지 않고 물량부담이 커져 1,228원 지지가 쉽지 않으면 1,225원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국책은행의 매수에도 불구, 장 막판 업체네고가 달러/엔 하락을 보고 쏟아져 나온 것 같다"며 "내일까지 월말 네고부담이 있어 엔 강세가 진전되면 전 저점 테스트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네고가 주춤하고 정부 개입경계감이 강해지면 1,227∼1,228원선이 하락의 한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10원 낮은 1,234.20원에 출발한 직후 1,232.40원까지 물러선 뒤 정부 개입 경계감에 의한 매수세로 상승 반전, 10시 5분경 이날 고점인 1,236.40원으로 올라섰다. 이후 업체 네고물량에 되밀려 환율은 10시 48분경 1,233.80원으로 반락하기도 했으나 다시 1,234원선으로 재반등하는 혼조세를 보인 끝에 1,234.3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낮은 1,234.1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차츰 되올라 2시 3분경 1,235.70원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업체 네고로 환율은 하락 반전, 1,230∼1,231원을 오가다가 달러/엔의 123엔 진입시도를 반영, 4시20분경 이날 저점인 1,229.0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2,8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9,9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3억5,020만달러, 3억7,600만달러가 거래됐다. 31일 기준환율은 1,233.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