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테마섹거리 선텍타워 18층.UBS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의 도미니크 베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B4용지 한 장을 꺼내 보였다. "글로벌펀드의 매니저들은 어떻게 종목을 선택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이 매뉴얼을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유틸리티 업종을 보면 KEPCO(한국전력)보다 PER가 낮은 중국 인도네시아 업체가 있다. 자동차 업종을 보면 아시아 다른 업체보다 현대자동차가 아직 PER가 낮은 편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UBS 펀드매니저는 담당 업종에 상관없이 DCF(현금흐름할인법)를 분석도구로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교과서중심의 자산운용=선진 자산운용사들은 모두 고유의 분석모델을 갖고 있다. 이들 모델은 수십년간 사용되면서 시장변화에 맞춰 더욱 정교해진다. 공통의 분석틀을 바탕으로 한 UBS글로벌애셋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은 철저한 분업화가 특징이다. 전체적인 자산배분은 헤드쿼터(본사)에서 맡는다. 각 지역본부에선 다시 업종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 담당 애널리스트,그리고 포트폴리오 펀드매니저 등이 차례로 포진돼 있다. 분업화된 만큼 개개인의 '몸값'도 혼자 잘 한다고 올라가는 게 아니다. "우선 UBS글로벌애셋 전체 성과와 기업 및 업종 애널리스트에 대한 평가,그리고 펀드매니저 개인의 성과 측정이 이뤄진 다음 이들 3단계가 종합 감안돼 몸값이 결정된다"는 게 베트의 설명.앞서 보여준 PER 비교표는 이런 분업과정의 압축물이다. UBS와 제휴관계에 있는 한국투신에 투자자문을 위해 한국을 간 적이 있다는 베트는 "특별한 운용 및 평가시스템이 있는 게 아니라 교과서대로 자산을 운용한다"고 말했다. ◆슬림(slim)화를 추구한다=아시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자금을 총책임지는 삼성생명 싱가포르지점의 서원주 차장은 총운용자금 1억달러 중 5천만달러는 다른 외국 운용사의 펀드에 넣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7월 국내에도 허용되는 이른바 FOF(Fund of Funds)를 활용하는 것.서 차장은 "특정 매니저나 운용사가 모든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며 "취약한 부문은 그 쪽을 가장 잘 알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회사에 아웃소싱하거나 제휴를 맺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만 40억달러를 운용하지만 투자대상을 최대한 압축시켜 펀드매니저가 많지 않다"는 UBS의 베트 수석매니저는 "펀드의 투자분산 효과는 20여개 종목이면 충분하며 그 이상은 과욕"이라고 잘라 말한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 계열의 DBS빅커스증권 티모시 웅 선임 연구원은 "과거 메릴린치 등 대형운용사들은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진출해 동남아시아 펀드를 직접 운용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며 "본사나 홍콩의 아시아 지역본부에서 동남아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운용사에 아웃소싱하거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