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영화 작업을 주도한 정보통신부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4조7천억원에 달하는 KT 지분을 적정 가격에 완전 매각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SK텔레콤의 1대주주 등극이란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시장의 사적 독점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정부가 지분매각에만 집착해 "유효 경쟁체제 구축"이란 과제가 흔들리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KT 민영화는 공정 경쟁 체제의 확립과 KT가 그동안 수행해온 공익적 성격의 서비스 유지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공정경쟁 체제 확립=정부는 현 제도로 SK텔레콤의 KT 경영권 장악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이 KT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없으며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통해서도 이를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이 실질적으로 KT를 지배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대상이 돼 규제가 가능하다. 문제는 정책 담당자가 바뀌고 경제여건이 변하면 똑같은 법규정이라도 적용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데 있다. 함시창 상명대 교수는 "차기정권이 들어서고 상황이 바뀐다면 법 적용도 달라질 수 있다"며 "애초부터 정부가 민영화 방안을 만들면서 통신업체의 지분 참여 상한선을 규정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환우선주 발행을 허용하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형태의 보완책을 통해 어느 정도 규제가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담합 가능성 방지=SK텔레콤이 여론 등을 의식,당분간 눈에 보이는 경영 간섭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두 회사가 암묵적 담합을 할 가능성이다. 정부는 요금 인가제,접속료 조정,가입자 선로 개방 등의 규제정책으로 공정경쟁을 해치는 일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치밀한 담합행위를 현행 제도로 차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염용섭 통신방송정책연구실장은 "후발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지배적 사업자들이 서로 암묵적으로 배려해 주면 증거를 찾기도 어렵고 규제하기도 쉽지 않다"며 "두 기업간 충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통신 관련 법규를 고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호 이동성 도입와 판촉비 규제 정책 등 다각적인 경쟁촉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효율성과 공익성 조화=많은 통신장비 업체들은 KT 민영화 이후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KT가 민영화 이전에도 효율성을 앞세워 최저입찰제를 실시,장비 업체간 출혈경쟁이 벌어졌는데 민영화 이후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정부는 최저입찰제를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민영화 이후 이를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보편적 역무 제공도 논란거리다. KT에 따르면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보편적 통신서비스로 연간 7천3백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지만 보전받는 액수는 7백90억원에 그친다. 민영화 이후에도 보편적 서비스를 강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정통부는 장기적으로 초고속인터넷까지 보편적 역무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